프로축구 외인심판 오늘 첫 휘슬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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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시비로 얼룩진 프로축구 K-리그에 긴급 수혈된 루츠 미하엘 프레뤼히(45)와 에드가 슈타인본(45) 심판. 독일 출신으로 18일 입국한 이들은 23일 성남 일화-수원 삼성전(성남)과 전북 현대-전남 드래곤즈전(전주)에서 각각 첫 선을 보인다.

지난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내 프로축구연맹 사무실에 들어선 두 사람은 두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뭔가에 열중했다. 방송국 직원인 프레뤼히와 엔지니어인 슈타인본은 "끝내지 못한 회사 일이 있어 마무리하는 중"이라며 '온라인 근무'를 끝내고서야 인터뷰에 응했다.

올해로 심판경력 17년째인 두 사람은 주중엔 직장에 나가고 주말이면 그라운드에 나선다. 이달 초 독일축구협회(DFB)로부터 한국행 제안을 받은 두 사람은 올해 자신들이 써야 할 휴가일을 모두 모았고, 모자라는 부분은 회사의 양해를 얻었다.

"요즘 인터넷이 있는데 한국에서 회사일을 못할 것도 없다. 게다가 축구를 즐기며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슈타인본)

"상사 허락을 받는 게 힘들었지만,난 결혼하지 않아 부인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슈타인본에 비해 한국행이 쉬웠다."(프레뤼히)

서울 타워호텔에 머무르는 두 사람에게 한국에서의 30일은 축구와 함께 하는 '멋진 휴가'다. 두 사람은 이날 연맹 사무실에 올 때도 연맹측이 제공하는 차량을 사절하고 지하철을 탔다. 서울 '구경' 좀 해야겠다는 게 이유였다.

일당 3백달러(약 36만원)를 받는 이들은 K-리그에서 자신들이 맡게 된 '짐'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판정시비 문제에 관해 이들은 "독일 분데스리가도 판정시비가 심하지만, 심판이 자기 결정에 자신이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슈타인본은 "독일에서 최근 심판교육을 받았는데 팔꿈치로 상대를 때리는 것과 옷을 붙잡는 것, 그리고 백태클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처하라는 내용이었다"며 "K-리그라고 원칙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프레뤼히는 "경기의 흐름을 중시하겠지만 심판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선수들이 거칠어지면 심판은 더욱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레뤼히는 "경기가 나쁠 수도, 힘들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심판의 역할"이라며 "축구는 공으로 하는 경기일 뿐 항의로 결과를 바꾸는 싸움이 아니다"고 말했다. 슈타인본도 "축구는 공과의 싸움이지,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선수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5년 나란히 분데스리가 주심 자격을 얻었으며 현재는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도 활약 중인 이들 중 프레뤼히의 주심 경력은 분데스리가 1백55회, A매치 20회며 슈타인본은 분데스리가 1백72회, A매치 11회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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