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없어도 … 2금융권 이용 순간 ‘신용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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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이 5등급이었는데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카드론을 썼더니 8등급으로 떨어졌다. 한 번도 연체가 없었는데 왜 떨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돈이 필요해 카드 한도를 거의 다 쓰고 자동차 사느라 할부금융을 이용했다. 연체가 없었는데도 신용등급은 5등급에서 7등급으로 떨어졌다.”

신용정보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운영하는 올크레딧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하소연이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캐피털사의 고금리 대출 문제를 얘기한 시장 상인 정모(44·여)씨도 비슷한 경우다. <본지 8월 5일자 1면> 이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연체를 하지 않았는데도 2금융권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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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정보 반영 부족=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 연체나 2금융권 거래 등 불량정보를 중심으로 신용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캐피털사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위한 신용조회를 하거나 대출을 받은 사람은 통계적으로 은행 고객보다 연체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회사에서 카드대금 납부나 이자 상환 실적 등 우량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선 불량정보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불량정보 중심의 평가 때문에 연체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출을 갚는 사람들도 저신용자가 될 위험이 있다. 또 우량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체제에선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을 다시 올리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신용등급 평가 체계에선 거래를 하지 않아 불량정보가 없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들은 등급이 높아도 거래 실적이 충분치 않아 은행 대출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저신용자에게 빌려주는 미소금융(7등급 이하)이나 햇살론(6등급 이하)을 이용할 수도 없다.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정부가 4일 미소금융 지원 대상에 5~6등급을 일부 넣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 공유가 선결조건=신용정보사들은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우량정보를 더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을 통해 각종 요금 납부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동국대 강경훈(경영학) 교수는 “제대로 신용평가를 하기 위해선 우량정보나 공공정보가 많이 축적돼야만 한다”며 이렇게 되면 상환 능력이 있는 저신용자들의 등급 평가에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 사용실적이나 대출상환 내역 같은 우량정보는 금융회사들이 고객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외부에 내보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 또 각종 요금정보가 신용정보사에 제공될 경우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대부업체의 대출정보 공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나 신용정보사는 대부업체가 대출심사를 위해 고객의 신용정보 조회를 하는 것만 알 수 있다. 실제 대출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갚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업체에서 조회한 기록만 있어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대 이인호(경제학) 교수는 “지금은 대부업체에서 신용조회가 들어온 사람은 일단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부업체의 대출 정보가 제대로 확보되면 대부업체에서 제대로 빚을 갚은 사람들은 나중에 금리가 싼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제도권 대부업체들과 시중은행 사이에 정보교류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빨리 갚는 게 중요=신용등급은 평소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 떨어지긴 쉽지만 올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체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연체를 하더라도 대략 5일 이내에 상환하면 금융회사에서 신용정보회사로 연체정보가 넘어가지 않는다. 대출조건을 알아본다고 금융회사를 다니면서 무분별하게 신용조회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제도 개선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연간 3회 이내에서 대출을 위한 신용조회를 하는 것은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신용등급을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신용정보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1년에 한 번은 무료로 본인의 신용등급을 알 수 있다. 등급이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면 해당 신용정보사에 사유를 물어보고 상담을 받는 게 좋다.

김원배·권희진 기자

◆개인 신용등급=신용정보사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1000점 만점으로 신용점수를 계산해 1~10등급을 부여한다. 1등급이 가장 우량하고 10등급이 제일 낮다. 보통 7등급 이하가 저신용자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 금융회사는 신용정보회사가 평가한 신용등급으로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자체 평가 시스템에 따라 대출 여부와 한도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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