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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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시카고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자신의 49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면서 행인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깜짝 파티도, 멋진 케이크도 없는 쓸쓸한 생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얘기다. 그는 4일(현지시간) 49번째 생일을 가족 없이 혼자 지냈다. 부인 미셸과 막내딸 사샤는 스페인 휴양도시 마르베야로 여행을 떠났고 맏딸 말리아는 여름 캠프에 갔다. 미셸은 사샤와 친구 가족 등과 함께 인근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 등을 둘러봤다. 오바마에게 생일축하 전화를 한 게 전부였다.

혼자 남겨진 오바마는 이날 고향인 시카고로 갔다. 거기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자택에서 묵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할 알렉시 자눌리어스의 선거자금 행사에 참석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는 단란한 가족모임 대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시카고 출발에 앞서 오바마는 미국 내 최대 노조 조직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집행위원회 행사에 참석해 생일 축하를 받았다. 연맹 측은 오바마에게 생일 케이크를 선물했지만 비밀경호국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먹을 수는 없었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조와 무당파층의 적극적 지지로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이날 노조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연설의 상당 부분을 공화당 정권의 경제 실정을 공격하는 데 할애했다. 노조가 반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지금의 경제 위기가 조지 W 부시 정권의 유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 밖에선 시민들이 오바마의 생일 축하 기도를 했다. 또 지지자 127만 명으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담긴 전자카드를 받았다.

한편 오바마는 이날 “연방기관의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보너스를 2011 회계연도까지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소 2900명의 공무원 급여가 깎이고 연간 190만 달러(약 22억원)의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방정부는 설명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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