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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스캔들로 대박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미국의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B&W(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사의 부사장 제프리는 어느날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는다.

해고 사유는 허울에 불과할 뿐, 실은 담배에 니코틴 흡수를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넣으라는 회사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에 미움을 산 것이었다.

1999년 개봉한 러셀 크로 주연,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인사이더'의 줄거리다. '인사이더'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으로 인한 피해자 50만명이 B&W·필립 모리스 등 다섯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실화를 영화화한 것. 당시 해당 담배회사들은 영화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최근 미국에서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제 스캔들을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극장과 TV를 통해 1,2년 내에 볼 수 있으리라고 한다.
올해 파산한 거대 에너지 회사인 엔론 관련 스캔들은 여러 군데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빨리 전파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CBS의 '비뚤어진 E(The Crooked E)'다. 이 영화는 최근 출간된 엔론의 전 트레이더인 브라이언 크루버의 회고록 『탐욕의 해부』(Anatomy of Greed)를 원작으로 했다.

97년 식품첨가물의 가격을 담합·조작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곡물회사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사건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을,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기로 결정돼 눈길을 끈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할 이 영화는 앞서 출간됐던 『밀고자』(The Informant)라는 책을 바탕으로 한다.

요리·원예를 다루는 TV쇼의 진행자로 스타가 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의 치부도 영화로 고발될 예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소(NYSE)의 이사를 맡고 있던 그녀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끝에 결국 이달 초 이사직을 사임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민감한 스캔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일단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어트 스캔들에 관한 책을 써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바이런은 "분노한 대중은 누군가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업 스캔들을 다룬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액션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아무래도 심각하고 딱딱한 분위기로 흐르기 때문이다.

가령 '인사이더'는 6천8백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절반도 안되는 2천9백만달러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해피 엔딩'을 기대할 수 없는 소재상의 한계 탓도 큰 것으로 USA 투데이는 분석했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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