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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기의 OFF-Mode를 준비하는 실천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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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현대의 사상적 리더로 주목했고, 1994년에는 현대 경영의 정신적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오마에 겐이치가 새로운 학설을 주장한다.바로 'OFF학' 이라는 것인데 그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일요일에 쉬다가 월요일에 출근해서 힘들어하는 월요병이 항상 도지거나 바쁜 일상생활에서 여행이나 하다못해 가족들과 차분하게 산책을 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를 못찾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얼리어뎁터는 고사하고 핸드폰의 기능조차 못따라가거나 새로운 IT 기기들에 적응을 못해서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 직장인들과 점점 나이가 들어서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데 능력은 없고 시간만 가서 안절부절 못하는 많은 가장들에게 저자가 크게 외치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놀 줄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소리친다.

현대인은 승진에 대한 조바심과 현재의 자기 위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업무 능력이나 자격증 따위에만 치우쳐 노는 법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다가 결국 잊어버린지 오래다. 놀기는커녕 치열한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ON - Mode(일하는 상태)에 돌입한다.

마치 휴식 공포증에 걸린 환자인 마냥. 하지만 그럴수록 정말 신나는 휴식을 갖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On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제때 풀지 못하는 사람은 시한폭탄이나 아무리 충전해도 금방 닳는 방전된 배터리와 다를 바 없다. 오마에 겐이치가 개발한 off학을 통해 on 스위치를 끄고 성공을 부르는 off mode(쉬는 상태)에 돌입하는 방법을 배워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 현대인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라고 볼 수 있다.

ON-Mode에서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 중에 하나가 바로 은퇴준비이다.

오마에겐이치의 비법을 살펴보면 특히 평생을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에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정년을 맞으면 일에서 해방되므로 방대한 오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정년퇴직하고 나면 취미를 가지자’라고 생각하는 샐러리맨이 많은 것이다.”

은퇴를 한 이후에도 청년의 체력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몸이 어디 그러한가?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서 삐그덕 저기서 삐그덕 대며 온전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금전적인 은퇴준비도 해야겠지만 육체적인 은퇴준비도 해야 한다.

한평생 가족을 부양하고 일을 하느라고 써먹은 몸이 은퇴 이후에 OFF-Mode로 접어들려고 하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그게 어디 제대로 된 OFF-Mode인가?

따라서 아래의 제대로 된 휴식을 갖기 위한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 하겠다.

첫 번째는 마흔을 넘기면 정년 후까지 계속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자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어학공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정년퇴직하고 중국 각지를 여행하고픈 마음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사회에서 활동할 때부터 시작하는 것과 정년 후에 시작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흔이 넘으면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좋다. 정년이 되면 즐거움이 더 커지는 취미 말이다. 중국어를 예로 들면, 직장에 다닐 때는 휴가를 이용하여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이젠 월 단위로 중국 각지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지 않은가? 얼마나 여유롭고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최대한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미리미리 준비만 한다면 여러분들을 위한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다.다만 그러한 시간과 기회를 살려서 효율적인 OFF-Mode를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다.

두 번째는 다양한 연령층의 동료와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취미는 여러 연령층이 모여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나와 동년배의 친구 중에 도예를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도예라고 하면 혼자서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같은 가마를 이용하는 사람들끼리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20대 젊은이를 포함하여 폭넓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어, 연령이라는 장벽을 넘어 친구를 사귈 수가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친구들과 도예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함께 다른 가마로 견학을 가는 것이 요즘 최대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연령 폭이 40세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받을 수 있으므로 마음까지 젊어진다. 게다가 그중에 의욕적인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분위기에 이끌려 취미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나이가 70세가 다 되어서 힙합바지를 입고 비보이 춤을 배우거나 추는 할아버지를 얼마전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혹은 할머니들로만 구성된 그룹사운드를 본 적이 있다.
충분히 다양한 계층의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역시 관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면 할 수 없는 만큼 마음가짐만 새롭게 하면 누가 우리를 막겠는가?

세 번째의 준비는 발표할 기회가 있는 취미를 선택하자.

오마에 겐이치의 어머님은 86세가 된 지금도 건강하게 합창대와 치기리에(종이를 찢어 붙인 그림-옮긴이) 라는 두 가지 취미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취미의 장점은 폭넓은 연령층의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콘서트나 전람회 등 발표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고, 발표회에 자녀나 손자를 초대하는 즐거움도 있으며, 준비하는 기간 동안 서로 격려함으로써 동료의식도 강화된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다 보니 솔로 콘서트나 개인전은 힘들겠지만, 동료가 10명만 돼도 몇 년에 한 번씩 다 함께 발표회를 여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떤 이벤트로 꾸밀지 의논하며 마시는 술맛은 더더욱 각별하리라.

이처럼 이제는 단순히 재테크로 많은 재산만 모으면 노후 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자산으로 무얼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평균 수명이 80세인 시대가 머지 않았고 주변에 100세 이상 사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슈퍼 고령사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를 가다가 어깨가 부딪히는 5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고 지하철을 타도 자리에 앉기에 쑥쓰러울 정도로 노인들이 많은 사회가 되어 버리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러한 때가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금전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육체적 준비와 정신적인 풍요로움도 함께 준비하는 실천이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싶다.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