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후 1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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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지붕이 덮인 미국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지난달 초 불타버렸지만 로버트 킨케이드는 10년 만에 돌아왔다. 야성적이며 지적인 중년의 사진작가, 가족·친구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동경하며 끝없이 방황하는 마지막 카우보이, 휴화산 같은 열정을 간직한 가정주부 프란체스카와 나흘간 불같은 사랑을 나눈 그 사람이다.

전작(前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킨케이드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새 출발할 용의가 있었지만 여인을 지켜주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한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들의 짧지만 뜨겁고 슬픈 사랑이야기가 1992년 국내에 소개됐을 당시 1백20만부란 기록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들의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미국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던 모양으로 작가는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삶에 관해서, 헤어지고 난 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는 편지를 수천통이나 받았다고 한다. 이 소설은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작가의 응답으로 두 사람이 헤어지고 16년 뒤의 이야기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방해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늙어간다. 서로 그리며 언젠가 만나리란 희망속에 살지만, 그리고 만날 뻔한 기회도 있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채 소설은 끝난다.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애틋한 사랑에 절망할지 모르나 대신 "제대로 늙어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하는 질문과 만난다.

독자의 바람과는 다른 결말 때문에 전작을 냈던 미국의 워너출판사가 출간을 포기해 소형 출판사에서 출판됐는데 열렬한 호응을 보고는 "큰 실수를 했다"고 후회한다고.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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