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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리 상공'千里眼' 땅속 江까지 손금 보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1면

미국의 과학자들은 전세계 해수면의 높이가 199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평균 2.5㎜ 높아졌으며, 지구의 허리가 지난 4년 동안 2∼4㎜ 늘어난 것을 밝혀냈다. 2000년 12월에는 관측 사상 가장 큰 남극 오존층 구멍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 과학자들은 남극탐험대가 1890년께 닦아 놓은 눈에 덮인 남극 도로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사하라사막 모래 밑 2m에서 새로운 강줄기를 찾아냈다. 실제 자로 재거나 눈·모래를 파낸다고 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모두 지구를 밤낮으로 지켜보는 원격탐사 위성이 해낸 개가다. 지구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는 원격탐사 위성이 기상이변이 죽 끓듯 하는 지구촌 속살까지 들여다보며 다방면에 걸쳐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탐사 위성은 지구의 변화를 관측하는 위성으로 기상위성·자원탐사위성·해양관측 위성 등을 통칭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60여기가 활동 중이다.

원격탐사 위성의 활약은 위성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의 성능이 1990년대 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정밀·고성능화된 덕이다. 마치 천리안을 장착한 셈이다.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박경윤 교수는 "해양 플랑크톤의 이동에서부터 건물의 그림자까지 파악할 정도로 원격탐사 위성의 성능은 급속하게 좋아지고 있다"며 "지구의 건강검진을 하듯 그 변화를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양·식물·바다·대기가 병들어가거나 흐름이 변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거미줄 같은 원격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원격탐사에는 가시광선·적외선·마이크로파 등의 전자기파를 이용한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다.

가장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광학 망원경은 사진을 찍듯 지표면 영상을 만든다. 이 망원경의 성능도 1990년대 초·중반에 비해 해상도가 40∼50배 높아졌다. 첩보위성용으로나 쓰였던 해상도 61㎝(퀵버드위성, 0.37㎡를 한점으로 표시)급,1m(이코노스2 위성, 올뷰3,4호 위성,1㎡를 한점으로 표시)급 위성이 상업용으로 대거 보급되고 있을 정도다.

이는 1980∼1990년대 초 대표적인 지상관측 위성인 미 랜드샛의 해상도 25m(2백25㎡를 한점으로 표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해진 것이다. 한국도 2004년 말 해상도 1m급의 아리랑 2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 정도면 승용차의 종류까지 식별이 가능하다.아리랑 2호의 망원경 렌즈 지름은 60㎝이다. 태풍의 눈을 찍어 보여주는 기상위성은 1㎢를 한점으로 표시한다.

퀵버드·이코노스 등 상업위성 운영회사들은 주소만 알려주면 그 주변 위성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코노스 위성의 경우 금강산댐의 함몰 현장을 처음 발견, 댐 붕괴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에서 복사되어 우주로 올라오는 전자기파를 잡아 지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센서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햇빛 중 가시광선·적외선·자외선 등의 파장대를 나눠 지표 변화 관측에 이용하는 것이다. 농사에는 초록·빨강·갈색의 구분이 확연한 근적외선 파장을 많이 이용한다. 사탕무나 면화·밀 등 작물은 파종 뒤 시기별로 다른 색을 띤다. 위성으로 재배지를 찍은 뒤 분석해보면 작황이 좋은지 나쁜지 금방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곡물회사들은 작황 예측 자료를 바탕으로 수확하기도 전에 정확한 그해 곡물 판매 전략을 마련한다.

일본의 경우 이번 가을부터 벼 수확에 가장 좋은 시기를 이코노스 위성 정보를 가공해 예보할 계획이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벼 수확시기에 많아지는 질소 성분을 위성으로 파악해 지도를 만들어 활용한다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기상이변 원인 파악도 이런 전자기파를 이용한 센서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모디스라는 센서는 해수면 온도를 소수점 한자릿수까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정도 회전하므로 시시각각 변하는 해수면 온도를 알 수 있다. 이런 센서는 플랑크톤의 밀도와 이동도 정확하게 예측한다.

레이저를 쏘아 그 반사파를 이용하는 위성도 있다. 캐나다 레이더샛은 빙하지역의 변화를 관측하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한 위성을 두대째 발사했다. 레이저는 구름이 끼는 날이나 밤에도 관측이 가능하다. 또 레이저는 지하 1∼2m까지 뚫고 들어가는 성질이 있어 지하 매설물도 찾아낸다. 이는 땅에 묻힌 고대 유적지 탐사도 가능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용승 박사는 "원격탐사는 지구환경 감시 외에도 지도제작·농업·국토관리·재해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21세기에는 원격탐사 위성이 정보화시대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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