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손님 10년 책임집니다 외국社 사후 서비스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주한 외국기업들이 고객과 소비자들의 '사후(事後)관리'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을 평생 단골로 잡기 위해 회사마다 특화된 전략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단골 확보 노력은 토종 기업들을 의식한 차별화 마케팅이기도 하지만 이들 기업의 국내 진출 시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1만2천여개 외국기업중 절반 이상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에 호응해 발을 들여놓았다. 당연히 이들의 최우선 전략은 시장 확보다.

그러나 업체간 치열한 경쟁에다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고객 잡기가 만만치 않자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고객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시장 확보 쪽으로 전략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고객 사후 관리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부분 90년대 중반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업체들이다. 이 업체들은 최근 외제차 수요 급증에다 90년대 중반 구입한 수입차들의 교체 시기까지 맞물리면서 기존 고객 관리에 전에 없이 신경을 쓰고 있다.

90년대 초 기아자동차를 통해 판매된 세이블 모델을 포함, 국내에서 누적 판매 대수가 가장 많은 포드코리아는 1만여명을 넘어선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선 링컨·포드 등 자사 모델을 구입한 고객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신차 모델 정보가 담긴 브로셔 등 각종 출판물도 정기적으로 돌리고 있다.

포드 코리아 한봉석 부장은 "한번 우리 차를 산 고객들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큰 데다 품질이 좋을 경우 주변에 제품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 고객 사후 관리가 중요한 마케팅의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입 판매하는 한성자동차는 벤츠승용차를 산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드(메르세데스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하나은행과 제휴한 메르세데스 카드는 하나은행 VISA카드의 각종 서비스와 함께 벤츠 승용차의 부품을 교환할 때 10% 할인 혜택 등을 주는 등 기존 고객에만 주는 특별 서비스다.

일본 가전메이커인 소니는 99년 4월 국내 소비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무상 수리보증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지만 아직도 고객들이 주소·연락처 등 관리 정보를 알려주면 예전대로 2년간 보증서비스를 하고 있다.

◇제품판매 후 서비스가 더 중요=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를 비롯해 타임·비즈니스 위크·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 매체에 공짜로 회사 광고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오라클을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하자 오라클 쪽에서 이들 매체에 가장 성공적인 ERP 구축 사례로 포스코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관계자는 "고객사를 위한 이 같은 사후 관리에 힘입어 포스코로부터 ERP에 이어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정보포탈(EIP)시스템 구축도 수주했다"고 말했다.

영국 두피모발 관리업체인 스벤슨코리아는 고객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고객 사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 이영희 본부장은 "10년 동안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고객들이 두발 체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서비스를 받은 고객의 자료를 10년 이상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몸매 관리 전문업체인 마리프랑스 바디라인도 금액에 상관없이 회원으로 등록하면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 10년 동안 무료로 몸매 관리 체크 서비스를 한다. 한 달에 한번 가까운 센터를 방문하면 체지방과 허리 사이즈 등을 점검해 주고 식이요법 등도 상담해 준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