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저격 목격" 잇단 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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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주변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쇄 무차별 저격 사건으로 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가운데 경찰은 처음으로 저격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15일 하루 전 살해된 연방수사국(FBI)의 정보분석관 린다 프랭클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다수의 목격자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문제의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피부색으로 미뤄 중동계나 히스패닉계로 보인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한 목격자가 현장에서 빠져나간 흰색 밴에 탄 사람이 거무스름한 피부로, 중동계나 히스패닉으로 보였다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는 흰색 밴 뒤에 타고 있던 저격범이 차에서 내려 아홉번째 희생자인 프랭클린을 겨냥해 총을 발사한 후 이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외국인이 아닌 미국인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번 연쇄 저격 살인 사건 수사를 지원키로 했다고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법 집행 당국이 연쇄 저격 살인범을 색출하는 일을 돕기 위해 국방부의 정찰용 항공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군이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NBC 방송은 이날 럼즈펠드 장관이 경찰의 연쇄 저격 살인범 색출을 돕기 위해 적외선 센서가 달린 최신 전자 및 영상 감지기를 장착한 DHC-7 정찰기를 지원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정찰기는 범인이 총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총구의 섬광을 감지할 수 있고 지상과의 교신을 통해 사건 현장 부근에서 범인의 차량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어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리는 "살인범이 군 경력을 가진 사람일 경우 정찰 비행을 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찰 비행기 기종을 비롯한 지원내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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