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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위험 중국산 냉매 채운 차 6만 대 질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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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6월 경기도 안산의 한 카센터에 벤츠 차량이 들어왔다. 두 달 전 이 가게에서 에어컨 냉매 가스를 넣었던 차 주인은 “에어컨 작동이 잘 안 되고 냉매가 새는 것 같다”고 했다. 카센터 주인 허모(31)씨가 차량 보닛을 열어보니 에어컨 드라이탱크 등의 부품이 황색 찌꺼기가 낀 채 녹슬어 있었다. 이후 몇 주 동안 허씨는 냉매가스를 넣었던 차량 4대를 수리해줘야 했다. 허씨가 입게 된 피해액은 700여만원에 달했다. 수입업체로부터 값싸게 들여왔던 중국산 냉매가스가 화근이었다. 허씨는 문제의 냉매가스에 냉매제로 쓰여선 안 될 인화성 물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중국산 가짜 냉매를 불법으로 수입·유통해 1억여원을 챙긴 혐의(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 등)로 수입업체 대표 이모(3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씨로부터 가짜 냉매를 사들여 판매한 중간판매상 김모(33)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냉매가스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오르자 가격이 정상 제품의 40~60%에 불과한 중국산 가짜 냉매 50여t을 들여와 이 중 41t을 유통시킨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 등이 수입한 냉매가스에는 염화메틸 등 폭발 위험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물질은 철·알루미늄을 부식시킬 뿐만 아니라 고무재질을 약화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경찰은 “가짜 냉매가스를 사용하면 가스가 새어나올 수 있는 데다 담뱃불 등과 접촉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 등이 판매한 가짜 냉매가스 41t 중 13t을 회수했다. 그러나 개인 차량 등이 이미 주입해 간 28t가량은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승용차 6만여 대가 폭발 위험물질을 실은 채 도로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가짜 냉매가스는 서울·경기·인천·부산 등지의 카센터를 통해 유통됐다”며 “4~6월 사이 해당 지역에서 에어컨 냉매가스를 넣은 운전자는 정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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