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운영자 '무죄' 이용자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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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리바다' 등 P2P(peer to peer.인터넷 파일 교환) 사이트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개인끼리 파일을 주고받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는 12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소리바다 대표 양정환(30)씨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 측이 양씨를 기소하면서 소리바다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음악을 주고받았다고 지목한 조모씨 등 3명은 저작권법상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P2P 사이트 이용자들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 "소리바다 파일교환은 복제권 침해"=저작권은 크게 복제권.전송권.배포권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P2P 사이트에서 저작물을 불법으로 교환하는 행위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리바다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가 5000여명에 달하는 만큼 이 사이트를 통해서 파일을 교환하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사적인 이용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6일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은 가수.연주자.음반 제작사에도 전송권(저작물을 일반인들에게 송신하거나 제공하는 권리)을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송권을 저작권자인 작사.작곡자에게만 인정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P2P 사이트에서 불법 파일을 보내주면 전송권을, 받게 되면 복제권을 각각 침해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리바다 이용자가 배포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상 배포권은 유형물의 이전을 의미하는 만큼 디지털 저작물은 배포권의 대상이 아니다"는 게 그 이유다.

◆ "소리바다 운영자는 무죄"=법원은 양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네티즌들의 불법 파일 교환을 방지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소리바다에서 교환되는 MP3 파일 중 30%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리바다가 처음부터 복제권 침해를 돕기 위해 개발된 도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씨 등이 음반제작사나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통보받을 경우엔 저작권 침해를 막을 의무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양씨는 2000년 소리바다 회원들이 서버를 이용해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MP3 파일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복제권 침해 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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