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보호 운동 나선 대한간학회 문영명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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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오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 학회는 14∼18일 전국 27개 의료기관에서 간 질환 무료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20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앞에서 거북이 마라톤 행사를 벌이면서 간염 무료검진과 상담·간 질환 사진 전시회·절주 서명운동 등도 한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간염 퇴치와 건전 음주'.

"선진국의 B형 간염 감염률이 0.1%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6%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음주율의 경우엔 '세계 술소비량 2위, 알코올중독자 비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간학회 문영명 회장(연세대의대세브란스 교수·사진)은 의사들이 간 보호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예방접종 시행으로 B형 간염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 하지만 이번에는 C형 간염이 복병처럼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C형 간염은 선진국과 비슷한 1∼2%대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지만 예방백신이 없고, 간암으로의 이행율이 높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 특히 C형 간염은 마약이나 문신과 같은 문란한 생활과도 관련이 있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알코올성 간염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학회의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주 3회 이상 소주 반병씩 5년간 술을 마시면 알콜성 간염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폭음을 하는 습관과 간염환자들이 많아 술에 의한 폐해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간암 예방 사업과 함께 학회가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을 벌이는 분야가 B형 간염 환자들의 인권이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조차 아직까지 채용에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는 학교에서도 간염 보균 학생을 차별화해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만성 간염으로 이행하는 확률이 태아 때 감염된 경우 95%, 유아기 감염 50%인 데 반해 성인 감염은 5%밖에 안되기 때문에 정작 차단해야 할 것은 엄마를 통한 수직 감염이라는 것이다.

학회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간암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사업 확대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B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염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간암 조기검진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02-749-0822(대한간학회)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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