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세금 결제 수수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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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LG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로도 서울시의 자동차세·종합토지세·재산세 등 각종 지방세를 낼 수 있는 길이 9월 중순부터 열렸습니다. 납세자들이 상당히 편리하게 된 것이죠. 앞으로 국세(國稅)도 카드로 낼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LG·삼성카드와 서울시가 납세자(또는 카드회원)의 압력에 밀려 졸속으로 이 서비스를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와 카드사가 정식으로 가맹점 계약을 하지 않고 '세금수납 위탁 계약'만 체결한 것입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정식 가맹점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데 세금은 가맹점 계약을 안한 것입니다.

이유인즉 '세금에 대한 해석'과 이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놓고 서울시와 카드사들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카드사들은 "세금은 자치단체의 수입인 만큼 서울시가 일반 가맹점처럼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고, 서울시는 "세금은 단순히 행정서비스에 대한 봉사대행료이므로 수수료를 안내도 된다"고 맞섭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간 12조원 규모의 세금 중 50%(현재는 0.5%미만)만 카드로 결제해도 연간 5백억이상의 거액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넘겨야 한다"며 비용 부담을 하소연합니다.

문제는 가맹점 계약을 안한 탓에 삼성카드와 LG카드는 구청에 각각 다른 결제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카드사들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따로따로 결제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카드사들이 세금 결제 때문에 들어갈 각종 비용을 언제 슬그머니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할지 모를 일입니다. 카드로 세금을 낼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받는 대신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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