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기록 풍년…'남북화합' 더 큰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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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산 아시안게임은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될까.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BAGOC)가 추구한 '평화와 화합 아시아드', '통일 아시아드'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성공작이다. 외형적으로 보자. 북한·아프가니스탄·팔레스타인 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3개 회원국 모두에다 준회원국인 동티모르까지 참가한 대회라는 점에서, 그리고 9천9백여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선수단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과 없이 치러졌으며, 풍성한 기록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까지 파견,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 평화무드가 조성된 것은 커다란 성과다. 더구나 부산 시민들이 주동이 돼 구성한 나라별 '서포터스'는 각국 선수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36억 아시안의 화합을 이끌어낸 성공작이다.

94년 히로시마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수도가 아닌 지방도시에서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것은 부산의 자랑거리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큰 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조직위에 매끄러운 대회 운영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은 준비 소홀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우천 등 돌발사태에 대한 처리가 미숙했고, 안전통제와 취재진을 위한 통신시설 등 여러 분야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면에서는 종목별로 불거져 나온 판정 시비가 '옥에 티'였다.복싱·핸드볼·배드민턴·체조·펜싱·세팍타크로 등 여러 종목에서 판정과 관련한 항의가 그치지 않았다. 개최국이 홈어드밴티지를 얻는 경우는 어느 대회든 있었지만 이번에는 해당 연맹 회장국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졌고, 자국 선수단의 피해를 해당국 심판이 대신 갚아주는 '보복 판정'도 눈에 띄었다.

◇풍성한 기록과 중국의 독주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종목은 탁구·양궁·여자역도 등이다.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28개의 세계신기록이 수립됐다. 이 가운데 15개는 여자 역도에서, 3개는 남자 역도에서, 그리고 9개는 사격에서 나왔다. 나머지 1개는 수영에서 나왔다.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가 남자 평영 2백m에서 세운 2분09초97의 신기록은 10년 만에 세계기록을 깬 것으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세계타이기록이 11개, 아시아신기록이 42개로 기록상으로 봐도 부산아시안게임은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가볍게 종합 1위를 차지했다.28개의 세계신기록 중 23개가 중국 선수들이 세운 것이었다.

한국은 주최국의 이점을 안고 모든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선전했다. 반면 일본은 믿었던 육상과 수영에서 참패하면서 당초 목표를 한참 밑도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작은 통일

대회 기간 부산은 '해방구'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성화부터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채화, 임진각에서 합화한 뒤 전국을 순회했다.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번 남북 선수단이 동시입장했으며 남측의 하형주,북측의 계순희가 성화 최종 점화를 함으로써 아시아 전역에 통일에 대한 의지를 알렸다.

북한 선수단뿐만 아니라 응원단이 온 것은 남북화합 분위기를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북한 응원단이 가는 경기장마다 자연스레 합동응원이 펼쳐져 남북 선수를 가리지 않고 응원했다.인공기가 날리고, 북한의 '국가'가 울려퍼져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도 부산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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