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일 아리랑 TV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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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김충일(金忠一·57) 아리랑TV 사장 사무실엔 설악산 신선대에서 찍은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해 봄 쉬고 있을 때 찍은 겁니다. 오전 3시에 일어나 무려 7시간을 걸어 올라 찍었죠."

金사장은 틈이 날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산에 오른다. 무려 20㎏에 가까운 촬영 장비를 들고서.

그는 197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유학할 때 처음 카메라를 접했다. 한국에선 카메라가 워낙 귀하고 비쌀 때였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중고 '니콘 F'를 마련했다.

"유학생에게 그 카메라는 과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에게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일은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답니다."

최근 아리랑 TV가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 '한국의 국립공원(Korea National Park)'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아닌 金사장이다. 金사장은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을 꼭 챙긴다. "발품을 팔고 열심히 찍어온 화면을 볼 때마다 담당자를 칭찬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저도 맘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5년 동안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기다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국내외에 한국의 소식을 영어로 전하는 아리랑TV는 월드컵 이후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공식적으로 49개 국가에 송출되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1백40여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그만큼 金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난달에는 전세계 위성방송의 경연장인 홍콩에 아리랑TV가 진출했다.

지난해 5월 아리랑TV 사장이 된 그는 자신이 아끼는 카메라처럼 한국의 소식을 외국인과 해외동포에게 제대로 투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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