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선 여성 임원 갈수록 맹위 국내 대기업선 아직도 '특별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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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는 여성 파워가 세다.

여성들이 주요 지위(포스트)에 오르는 사례도 갈수록 눈에 띄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여성 샐러리맨들이 남자 동료들을 제치고 중책을 맡거나 요직에 오르는 일은 '화제거리'가 될 만큼 드문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계 중장비 메이커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2000년 재무 담당 부사장에 제니스 리씨를 앉힌 것을 비롯해 전체 임원 여덟명 중 두명이 재무·인사 담당 등 핵심 보직에서 활약하고 있다.

제니스 리 부사장은 "여자들은 집안 일과 회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멀티 태스킹(Multi tasking)능력과 책임감을 배운다"며 "여성의 일이라면 흔히 서비스 직종을 떠올리지만, 능력을 갖춘 여성이라면 제조업 분야도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한국 P&G도 28세에 부장을 단 마케팅 담당 김지영(30) 부장을 포함, 부장급 이상 간부의 비중이 전체의 4분의1 이상(27%)에 달할 정도로 여성 인력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인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외국기업들이 한발 앞서 있다.

미국계 화학업체인 듀폰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부터 한달에 한번 열리는 임원회의에 여성 부장 한 명을 참석시키고 있다. 이숙경 홍보 부장은 "전 직원의 40%에 가까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은 드물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4명이 상무로 포진해 있는 LG 그룹.

그룹 교육 기관인 LG인화원에서 사이버 교육 전문가로 통하는 윤여순 상무, LG전자디자인 연구소의 김진 상무, 국내 시스템 통합(SI)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인 LG CNS의 이숙영 상무, 올해 초 외국계 화장품메이커인 에스티로더에서 스카우트돼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송영희 상무 등이다.

삼성의 경우 제일기획의 최인아 상무와 삼성증권 법무실에서 일하는 이정숙 상무 등이 꼽힌다.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인 崔상무는 1998년 칸 국제광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실력파로 통하고 있다. 3년 전 법무법인 광장에서 자리를 옮긴 李상무의 경우 증권·금융 분야 소송 분쟁 방지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 중이다.

이밖에 사원에서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인 이택금 상무보도 사내 최초의 여성 과장·부장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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