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폭탄테러]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JI'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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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화로운 휴양지의 주말 밤을 일순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은 발리 폭발사건은 과연 누구의 소행일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관측통들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제마 이슬라미아(JI)에 가장 큰 혐의점을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인근국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도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국제 정보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JI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바시르는 국제적인 체포압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성직자로 반공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신도 수로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2억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 대부분이 전통 이슬람의 온건한 교리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수하르토 체제 붕괴 이후 인도네시아 열도의 곳곳에서 불거진 분리독립운동과 종교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몸을 숨기고 세력을 불릴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한때 알 카에다가 거점을 인도네시아의 아체지역으로 옮기려 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미국은 지난달 9·11테러 1주년을 앞두고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공관을 폐쇄했다가 최근 다시 열기도 했다.

또 JI 외에 인도네시아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도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말루쿠와 술라웨시 지역에서 기독교도를 공격해온 무장단체 라스카르 지하드나 가라오케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목표물로 삼아온 이슬람 수호전선(FPI) 같은 단체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범행장소가 발리란 사실도 또 하나의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예외적으로 힌두교도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곳이며 지금까지 단 한건의 테러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던 곳이다.

테러 세력들이 이 같은 점을 역이용해 상대적으로 테러에 대한 경계망이 느슨한 발리를 거사장소로 택하고 '원정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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