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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선 붕괴 삼성전자 너 마저… 27만원대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2면

그동안 증시의 '효자' 노릇을 하던 내수주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음식료 업종 지수는 10일 무려 9.1%나 급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내렸다. 그동안 내수주를 대안으로 여겼던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도 그만큼 컸다.

특히 이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삼강 등 '롯데 3인방'은 일제히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음식료 업종 내 시가총액 4위인 롯제제과는 이날 하한가로 주저앉았는데, 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60만원대를 유지했던 주가가 계속 밀려 41만원대까지 추락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날엔 유통업 지수가 5.6%나 떨어져 업종 중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 그동안 인기 종목이었던 LG홈쇼핑(-8.8%)·CJ39쇼핑(하한가)이 많이 하락했다. 두 종목은 10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세계·현대백화점도 약세였으나 10일엔 일단 하락세를 멈췄다.

이런 모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수주가 수출주·정보기술(IT)주를 제치고 대안 종목으로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에도 제법 탄력을 받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증권사들은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최근까지 환율 하락의 영향과 경기를 덜 타는 내수주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사자'에 나서면서 내수주의 약진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내수주 급락의 진원지는 소비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때문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장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꺾이자 기관 등의 손절매 물량이 가세,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주의 맏형 격인 국민은행은 이번 주 들어 4만원대가 무너졌는데 가계 대출의 부실 가능성 및 세계 금융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펼친 게 원인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가계 대출금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1백54조원이던(잔액 기준) 가계 대출은 올 9월 말 현재 2백5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신용카드로 사용한 돈 역시 27조원으로 지난해 연말 수준(27조원)에 다가섰다. 문제는 액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체율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프 참조>

특히 꺾일 줄 모르는 신용카드 연체율은 '신용위기 발생→소비 위축→소매·유통업 타격→내수주 하락'의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증권의 정성훈 연구원은 "신용위기와 더불어 주가 하락으로 자산 가치까지 줄어 소비 심리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유통주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며 "주가의 바닥 확인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의 경우 상반기 들어 전년 대비 평균 1백%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다가 6월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75%로 줄었다.

한편 대신경제연구소의 박재홍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의 경우 실적 등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바뀐 것은 없는데도 지분 비중이 높은 외국인의 '팔자'공세로 주가가 많이 빠지고 있다"며 "그동안 IT주 등에 비해 덜 빠진 내수주에 대한 이익 실현 차원에서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투증권 박주식 리서치 센터장은 "신용카드 연체율 등엔 노란불이 켜졌지만 이는 현금서비스 축소 등 개인신용에 대한 관리 강화 때문"이라며 "연체율·대출금 등이 늘었다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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