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車·전자 소재 한국서 생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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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한국은 중국보다 정보기술·하이테크 분야의 고급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설립 25주년을 맞는 듀폰코리아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해로 창업 2백년째인 세계 최대의 화학업체 듀폰 그룹의 찰스 홀리데이(54·사진)회장이 삼성·LG 등 국내 1백여개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은 연구 개발 분야에 우수한 인력이 많아 이 부문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재료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부품 및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 방한 기간 중 삼성그룹 사장단 및 LG석유화학 성재갑 회장 등과 면담한다.

홀리데이 회장은 미국 경제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9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민간경제 자문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주로 정보통신 등 경제 인프라에 대한 조언을 한다. 그는 테네시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듀폰에 입사, 아·태지역 회장을 거쳐 99년 총괄회장(CEO)에 취임했다.

듀폰은 1802년에 설립됐다. 올해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 가운데 2백년이 넘은 3개 기업 중 하나다. 제조업으로는 유일하다. 지난해 매출 2백47억달러(30조원), 순이익 43억달러(5조원)를 기록했다.

국내 자회사인 듀폰코리아는 울산 등 세곳의 공장에서 산업용 소재를 생산, 지난해 3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홀리데이 회장은 "듀폰이 2백년간 존속한 이유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과 지배구조의 우수성 때문"이라며 "이사회·감사위원회의 견제와 조화 속에서 CEO를 뽑고 책임 경영이 가능하도록 전권을 맡긴다"고 소개했다.

듀폰은 현재 차세대 자동차 연료인 연료전지 개발과 의약·생명과학 분야를 전략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화학·물리학·생물학 등에 연간 13억달러(약 1조6천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 화학업체에서 종합 과학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홀리데이 회장은 "화학업체는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며 "2000년부터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라 어려움을 겪기 시작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생명과학·전자재료 분야에 우수한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듀폰은 최근 5년간 5백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변화시켜 왔다. 석유화학 분야는 매각했고 세계 1위 규모지만 수익성이 떨어진 합성섬유(폴리에스테르·나일론) 분야는 분사를 통해 축소시켰다. 사람을 잘라내는 것보다 돈을 버는 사업을 키우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는 "섬유·직물 산업의 경우 생산기지가 2005년까지 아시아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며 "최근 경기 침체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인도·베트남이 대표적인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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