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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한국영화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놀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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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채프먼대학교 닷지 영화·미디어예술대학에서 열린 제1회 ‘부산 웨스트’.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한국영화를 묶어 소개하는 자리였다. 영화제는 전일 매진되며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미 영화전문지인 버라이어티와 현지 유력신문인 LA타임스 등에서도 크게 보도했다. 박찬욱·김지운·이두용 감독 등이 참여했고, 관객들의 사인 요청이 줄을 이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전체 행사를 주관한 인물은 이 대학의 이남(49·사진) 교수다. 한국에서 신문기자를 하다 늦깎이로 유학을 떠나 남가주대(USC)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유명 영화대학 교수가 됐다. 이 교수가 내년 3월 18~20일 이 대학 캠퍼스와 LA 시내에서 동시에 열릴 제2회 ‘부산 웨스트’의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할리우드는 아시아영화, 특히 한국영화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소재 난에 빠진 할리우드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영화학도뿐 아니라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영화제를 많이 찾았고, 한국영화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1회 ‘부산 웨스트’에는 ‘박쥐’ ‘마더’‘달콤한 인생’ 등 한국영화 12편이 상영됐다.

이 대학은 USC나 UCLA 등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할리우드와의 강한 커넥션으로 떠오르는 신생 명문학교다. 제작 실무에 강한 전통을 쌓아왔다. 컴퓨터그래픽 1호 영화로 꼽히는 ‘트론’의 특수효과를 맡은 윌리엄 크로요, ‘블레이드 러너’로 아카데미 미술감독상을 수상한 래리 폴 등이 교수로 일하고 있다. 최근 졸업생들이 할리우드에 속속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 웨스트를 통해 처음 한국영화를 봤다는 미국인이 많았어요. 흥미로운 것은, 한국·중국·일본·홍콩 등 아시아 영화 중 한국영화가 가장 친숙하다고 답한 점이죠. 미국영화와 가장 비슷하고, 그만큼 미국 관객들에게 접점도 넓다는 뜻이겠죠.”

1회는 상연작이 한국영화 위주였지만 2회부터는 아시아 영화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할리우드와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부산영화제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중심은 한국영화다.

“작가감독뿐 아니라 상업 대중감독들도 적극 소개해 다양한 한국영화의 흐름을 할리우드에 알릴 생각입니다. 또 제각각 흩어져 활동하는 할리우드의 동포 영화인도 한데 규합하고요. 할리우드의 핫 이슈인 3D 관련 행사도 규모 있게 열 예정입니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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