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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국토방위 힘보다 머리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7면

6백70만 인구의 이스라엘은 2억의 적대적 아랍인으로 둘러싸여 위협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상비군 20만, 예비군 60만명으로 세계 최강의 국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비군 69만, 예비군 3백만, 민방위 5백만명이다.

지금은 노동인력 집약체제에서 기술정보 집약체제로 급속히 변하는 시대다. 이스라엘군이 바로 이 시대에 걸맞은 기술정보집약 국방체제의 모범이다. 이스라엘의 국방체제는 기술전문 인력과 첨단기술 무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전문인력 양성과정이 바로 이스라엘 군복무 과정이다. 젊은이의 적성에 맞추어 병과를 정하고 그에 따른 집중적인 기술전문교육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기술전문인이나 숙련된 기능전문인을 양성하는 것이 군복무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스라엘 군은 병과가 전문화·세분화되어 있다. 창의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계 일류대학의 물리학이나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원한다면 국방예산으로 박사학위를 받도록 지원하는 등 전문성을 살리게 제도화되어 있다. 기능분야조차도 본인이 원하고 능력과 적성이 충분하면, 가령 독일의 기능장(마이스터) 과정에도 파견해 자격증을 따도록 해준다.

또한 매년 입영 대상인 고교 졸업생 중에서 컴퓨터와 과학에 재능이 뛰어난 영재를 선발해 '탈피오트'라는 특별교육과정에 입학시킨다. 이 과정에서는 6개월 동안 하루 14시간 이상씩 수학·물리학·컴퓨터 등에 관한 강도 높은 지능개발 훈련을 실시한다. 그 효과는 단시간 내에 미국 유명 공대 이상의 전문교육을 받는 효과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세계 유수기업들의 첨단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유명벤처의 사장들 중 상당수가 바로 탈피오트 출신이다.

국방력 측면에서 보면 첨단무기체제를 운용하는 상비군 20만명이 재래식 군대 몇백만명 이상의 방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지식두뇌기반사회에서 노벨상 아이디어의 80%가 젊은이의 군복무 연령에서 나오므로, 국방투자로 이를 개발해 산업경쟁력과 국방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병역특례제도를 69만 상비군에 대한 잉여인력 활용 정도로나 생각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이스라엘의 발상이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키운 인력과 기술로 선진국의 첨단무기체제의 핵심기술을 분석해 누구보다 서둘러 해당기술에 관한 세계특허를 획득한다. 핵심기술을 선취함으로써 미국 등 선진국과의 거래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무기를 도입하고 동등한 수준의 첨단국방체제를 유지한다. 핵심 국방기술은 산업계로 곧바로 이전되어 산업경쟁력을 키운다.

오늘날은 노동집약보다 지식집약체제가 승리하는 시대다. 군이 선진이면 선진국, 후진이면 후진국이다.이제 우리 군도 과학기술 시대에 걸맞게 기술지식집약형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의 머리를 녹슬게 하는 기존의 군복무제도, 산업계가 갈망하는 병역특례제도 등의 현안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 차원 높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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