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층 주상아파트 주변 체증 막기 경찰·주민 합동'교통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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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일대 교통은 어떻게 될까. 이 문제의 시금석이 될 국내 최고층(66층)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도곡2동 타워팰리스의 1차분 1천4백99가구의 입주가 오는 25일로 다가오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승용차가 늘어나 강남 일대에 극심한 교통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할 강남경찰서는 9일 교통 전문 인력배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타워팰리스 교통특별대책'을 확정했다.

경찰은 불법 유턴·접촉사고 등으로 차량 흐름이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이 지역을 집중 담당하는 오토바이 기동대를 조직, 투입하기로 했다. 또 출퇴근 시간대 타워팰리스 주변 2개 교차로에 각각 2인1조로 교통경찰관을 집중 배치해 신호기를 조작하는 등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할 방침이다. 집회·시위 등이 생겼을 때는 관할 도곡파출소가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강남경찰서는 자체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서울경찰청 교통기동대에 의경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경찰이 특별대책까지 내놓은 것은 입주 가구당 2.5대씩의 승용차를 보유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3천7백여대 가량이 이 일대에 풀리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2004년까지 추가로 1천5백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경찰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주변은 강남지역을 관통하는 남부순환도로와 분당∼강북을 잇는 언주로가 만나기 때문에 이 일대의 교통난은 강남의 다른 간선도로인 테헤란로 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대로 놔두면 현재 출퇴근 시간 차량 평균시속 10∼33㎞에서 3∼4㎞씩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뿐만 아니라 타워팰리스 측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건물관리를 맡은 타워개발은 60층에 교통중계실을 차려 인터넷으로 연결된 입주자 TV를 통해 자막 교통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 업체 강병찬 사장은 "강남의 주요 도로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차량들이 주차장 내 4개 출구로 분산해 나가도록 유도, 몸살을 앓고 있는 핵심 정체 도로를 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서울 전역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건립 중인 가운데 본격 주상복합 시대를 여는 이 지역에서 교통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시공사인 삼성건설 도곡사업단 관계자는 "입주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이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반을 넘기 때문에 출근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주상복합=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가 비율을 30%에서 10%로 낮추면서 서울 강남과 여의도뿐 아니라 분당·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등 도심 외곽 지역에서 투기 바람과 함께 건축 붐이 일었다.

여의도동 트럼프월드(41층)·서초동 현대수퍼빌(46층) 등 현재 서울 시내에 신축 중이거나 입주가 완료된 30층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는 모두 35개동이다. 하지만 법 취지에 맞게 강북 도심에 세워진 주상복합 아파트는 거의 없는 반면 강남에만 12개 동이 집중돼 있다.

서울시 박희수 건축지도과장은 "주상복합 건물이 사실상 아파트로 전용되면서 과밀 개발로 인한 교통난 심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앞으로 주상복합 주거비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good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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