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은 시장에 맡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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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비정규직과 관련된 논란이 한창이다.일부 노동계에서는 서명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주장하고 나섰다.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보아야 하며, 또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순리다.

지금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이며, 산업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다양한 고용형태가 요구되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는 고비용 구조가 여전하다. 특히 정규직의 임금은 너무 높다. 이는 노조측의 강력한 요구와 압박에 따른 임금인상과 연공서열급 임금체계의 결과다. 현재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이 5천만원을 상회하는 대기업도 상당하다. 이처럼 높은 임금수준을 우리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임금인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52%를 차지한다. 정규직의 53%수준에 불과한 그들의 임금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높일 경우 전체 임금상승률은 33%나 된다. 우리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에 뼈를 깎는 노동개혁이 이뤄졌으며, 동시에 근로자의 불법파업행위에 정부가 확실하게 대응했다. 이에 따라 90년대 노동 유연성을 통해 기업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더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노동시장에서의 악순환을 선순환 구조로 바꿨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해고가 어려운 유럽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두배 이상 높다는 것은 노동 유연성이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이는 법과 제도는 물론 시장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정규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정규직 근로자는 관련법에 의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보호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규직 인력조정 유연성이 OECD 27개국 중 26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러다보니 노동시장이 자연적으로 왜곡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과다한 인건비 부담으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신규인력 고용도 줄이다보니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해졌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구조조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데 해고가 힘든 정규직 고용은 자연 꺼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정규직 근로자가 지금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유일한 해결방법은 노동수급과 임금 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각종 임금은 수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각종 규제와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따른 위험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해결해나가면 된다.

물론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잘못된 고임금 구조가 해결되면 기업의 정규직 고용은 저절로 늘어나고, 비정규직의 보호 역시 강화될 것이다. 즉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 장벽이 낮춰져야만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비로소 가능하다고 본다.

노동시장이 가장 경직적이었던 사회주의나 불경기에 돈을 찍어 임금을 올려준 페론주의는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기업의 지불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고임금 요구는 결국 일자리와 노동소득을 줄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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