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여왕 부군 클라우스공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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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의 부군인 클라우스공이 6일 사망했다. 76세. 현지 언론들은 그가 파킨슨병과 폐렴의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4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클라우스공이 지난해 왼쪽 신장 제거수술까지 받았으며 최근에는 폐렴과 심장병 치료를 받아왔다.

본명이 클라우스 폰 암스베르크인 그는 1926년 독일 함부르크 인근 되칭겐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일제국의 기사(騎士)인 할아버지의 영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43년 징집돼 이탈리아 전선에 배치됐다가 45년 미군의 포로가 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전후 함부르크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외교관이 됐다.

그는 64년 비트켄슈타인 공주와 모리츠 폰 헤센 왕자의 결혼식 전야제에서 베아트릭스 당시 공주를 우연히 만나 애정을 싹틔웠다. 그러나 당시 둘의 관계가 일반에 공개되자 독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네덜란드에서 대대적인 반대 여론이 일었고 시위까지 벌어졌다. 네덜란드 국민은 66년 베아트릭스 공주와 결혼한 뒤에도 차가운 반응을 보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서 왕위를 계승할 세자가 1백년 만에 탄생하자 태도를 바꿨다. 고인은 76년 '가장 멋진 네덜란드 남성'에 뽑혔다.

80년 베아트릭스 여왕의 즉위 후 그는 한때 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나, 환경 문제와 제3세계의 빈곤퇴치 문제에 힘을 쏟았다. 여왕과의 사이에 빌렘 알렉산더 왕세자 등 3남이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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