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黨前夜 민주당대선정국 "헤쳐 모여" 회오리 -후보단일화 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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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이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다. 친(親)노무현(盧武鉉)후보와 반노(反盧)의 대립은 마침내 반노 측이 딴살림을 꾸리기 위해 짐을 싸는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반노 측은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자민련과 무소속 이한동(李漢東)의원은 물론 정몽준(鄭夢準)의원 측이 참여하는 신당 창당을 위한 정파별 대표자 모임 구성에 착수했다. 정국은 급속히 합종연횡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盧후보 측은 개혁을 외치며 명분 선점에 나섰다. 특히 盧후보 측은 당·정의 요직, 비공식 라인의 부패·무능행위를 인책해야 한다고 '내부의 적(敵)'에 대한 선전포고를 해, 반노그룹의 배후를 겨냥했다.

민주당 내 후보단일화 추진 움직임이 반창비노(反이회창·非노무현)연대로 발전할 조짐이다.

설송웅 의원은 7일 낮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멤버들과의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제 정파를 아우르는 통합신당을 위한 창당주비위를 조만간 구성키로 했다"며 "자민련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 이한동 전 국무총리,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 측에 2명씩 대표자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자가 결정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실무대표자 회동을 하는 등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연대 파트너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우선 자민련은 내부적으로 조부영(趙富英)부총재·김학원(金學元)총무를 실무자로 파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종필(JP)총재가 지난 6일 민주당 후단협 회장·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金令培)·김원길(金元吉)의원과의 골프 회동에서 통합신당 창당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한다.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한동 전 총리는 측근인 김영진(金榮珍)전 의원을 내세워 신당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정몽준 의원은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며 호감을 보이고 있다.

분위기가 반창비노 연대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우선 자민련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전략적 연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반노세력 역시 '주도세력 교체론'을 들고 나온 노무현 후보의 강공으로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몽준 신당'으로의 개별 입당보다 제3신당을 통한 합당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시차를 두고 합류하는 2단계 전략을 다듬고 있다. ▶10월 말까지는 창당주비위를 매개로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면서 세력 확보에 주력하고▶정몽준 신당이 창당되는 이달 말∼다음달 초 통합신당으로 한데 모이는 방식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다단계 합류전략이 정치적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신당 창당과 함께 막판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들은 이같은 수순을 통해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무력화하고 3파전을 2파전으로 좁히겠다는 계산이다. 뜻대로 될 경우 12월 대선의 최대 변수다.

하지만 난관도 많다. 우선 자민련의 일사불란한 가세가 불투명하다. 소속의원 가운데 한나라당과 가까운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JP가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사정도 복잡하다. 통합신당이란 원칙엔 찬성하면서도 탈당 여부를 놓고 탈당불사파와 반대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럴 경우 탈당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가 불분명해진다.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작아지면 신당추진 작업은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8일 오전 후단협 회장단·실행위원 회의를 열어 파견할 실무대표자 인선과 탈당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문제도 인선에 관한 이견으로 조율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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