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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職 직장인들이 꿈꾸는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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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전직을 꿈꾼다.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또는 직장 상사로부터 '억울한' 꾸지람을 듣고 홧김에 삶의 길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생각은 있지만 전직을 결행하기엔 좀체 엄두가 안난다. 세칭 '잘 나간다'는 직종이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사나이 네 사람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속내를 털어놨다.

결심:나는 이래서 전직했다

김창현=대학원 조교, 카레이서와 자동차 튜닝업체 사장, 그리고 변리사에 이르기까지 매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했던 것이 다양한 전직을 가능토록 했다.

노종헌=의대를 수료한 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미국으로 건너가 회계학을 공부했다. 학비를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일본 음식점에서 배달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일본인 조리장의 요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본 후 내 인생이 바뀌었다.

이상수=대기업 홍보실을 10여년 넘게 다니다 "기업의 대변인(홍보)이 아닌 내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덜컥 사표를 냈다. 대기업 탈출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홍보일을 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직장'을 만들어 노년까지 일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생각에 전직했다.

배재광=법조인의 일은 짜여 있다. 좀 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일을 할 수 없는가를 고민하다가 새 길을 찾게 됐다.

전직:위기인가 기회인가

김=전직은 위기도 기회도 아니다. 외압에 의한 전직은 위기로 느껴질 것이고, 적극적으로 선택한 전직은 기회가 될 것이다.전직의 상황은 마음먹기에 따라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

노=전직을 위기라 생각하는 사람은 전직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 단지 기회로 삼으려면 이전 직업을 새로운 직업의 발판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또 하나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한번 전직을 결정하고 나니 대기업의 울타리 밖도 생각만큼 그리 춥지만은 않았다.변화 자체가 기회이자 위기인 것 같다.

배=전직 혹은 새로운 시도에는 항상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고비:이렇게 넘겼다

김=고비는 자동차 튜닝가게를 폐업하면서였다. 남은 빚을 떠맡으며 몇 달간은 경제적으로 허덕였다.통장의 몇천원,주머니 속의 몇백원을 가지고 도서관의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먹을 것인가, 음료수로 배를 채울 것인가를 고민한 적도 있다.

노=책만 들여다보던 내가 육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이=전직을 결심할 때 가장 힘들었다. 전직 후에는 무작정 달려왔다. 새로 시작한 유통업이 생소해 많이 당황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과로로 폐렴에 걸려 2주일 가량 고생하기도 했다.

배=경험 부족에서 오는 의욕의 과잉과 넘치는 정열 이런 것이 내게는 위험과 고비였다.

장·단점:전직 해보니

김=여러 직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그러나 그중에서 변리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것 같다.늘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어 새롭고 따분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꿈을 가진 고객들을 도와 그의 성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단점을 말하라면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것이다.

노=각종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는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 아니 행복해한다. 이보다 더 큰 장점이 있겠는가. 단점은 음식을 먹을 때 음식 자체의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그 음식에 대한 분석에 더 치중해 마음 편히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전직의 장점이 있다면 얽매이지 않는 자유가 있고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단점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는 것이다.

배=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법조인은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새 직종을 꿈꾸는 분들에게

김=전직은 이전에 쌓았던 경력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이전의 경력은 새로운 직업에서 밑거름이 된다.전직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노=혹시 때가 늦었다고 생각돼 전직을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그 망설임의 시간 또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깊은 고민을 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배=평생 동안 그 일을 해도 지겨워하지 않을 만한 자신이 있으면 사고(전직)를 쳐야 한다.

정리=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노종헌 35세,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수료(1996년), 미국 요리연구소 졸업(2002년)

현직장 입사:2002년 2월.

김창현 35세, 유미특허법인 변리사

서울대 물리학과 및 대학원 졸업(92년), 서울시립대 조교(1996∼99년)·카레이서(93년)·자동차 튜닝숍 운영(94∼95년)

현직장 입사:1999년 11월.

이상수 40세, 유통업체 토인컴대표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1986년), 삼성전자(88∼95년)·삼성자동차(95∼99년)·삼성캐피탈(99∼2000년) 홍보실 근무

현 회사 창업:2002년 7월.

배재광 36세, 벤처캐피탈인 AT그룹 대표

서울대 법대 졸업(1990년), 사법시험 38회 합격(96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지인들과 사업 모색

현 회사 창업: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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