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⑤ 미국 할리우드:영화기획부터 게임·캐릭터 업체와 '한몸 조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컬버시티의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3만여평의 스튜디오엔 공장처럼 생긴 수십개의 세트장이 있다. 이중 한 군데에선 건축기사들이 연말께 개봉 예정인 '미녀삼총사2'(Chalie's Angels 2)에 사용할 대형 세트를 만들고 있고 옆에선 스턴트맨들이 연기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메리 앤은 "스튜디오가 워낙 커서 실내에서도 웬만한 야외 장면을 다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니 등 메이저 영화사와 방송사들의 스튜디오까지 합치면 LA에만 이같은 대형 스튜디오가 10여곳이 넘는다. LA의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센추리시티에 20세기 폭스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북쪽 버뱅크에 워너브러더스·디즈니·유니버설·드림웍스, 서쪽 샌타 모니카에 MGM, 동쪽 웨스트 LA에 파라마운트가 있다. 센추리시티를 중심으로 반경 20㎞ 이내에 세계 영화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7대 메이저 영화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UCLA대 커뮤니케이션 정책센터의 제프리 콜 소장은 "할리우드를 축으로 한 LA의 영화산업은 메이저 영화사를 중심으로 독립프로덕션·투자회사·대학·마케팅회사 등 수천개의 영화관련업체들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이루고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 작품으로 수백 가지 부가가치 상품 창출=할리우드에선 시나리오 발굴이나 기획개발 등 영화제작 전단계서부터 영화사·음반업체·게임업체·캐릭터업체 등이 머리를 맞댄다. 한편의 영화를 갖고 음반·캐릭터·완구·생활용품 등 다양한 부가생산물을 만드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방식을 철저히 활용하기 위해서다. MGM영화사의 데이비드 비숍 사장은 "처음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영화사와 게임업체 측이 마주 앉아 영화 흥행에서부터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까지 같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가령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흥행에서만 10억달러에 이르는 수입을 올린 데 이어 온라인게임과 레고완구의 소재로 사용됐다. 20억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한 영화 '타이타닉'은 옷·야구공·커피잔의 소재로 활용됐으며 음반수입만 2억달러에 이르렀다. 책으로 출판됐으며 뮤지컬로 각색돼 무대에도 올려졌다. 소니픽처스 등에서 만든 영화를 비디오·DVD타이틀로 만들어 미국 전역에 유통시키고 있는 인포디스크의 박승환 사장은 "'원 소스 멀티 유스'는 영화 관련업체들이 몰려있는 할리우드 클러스터의 장점이 십분 활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를 벗어나면 영화 일 못해"=영화제작에서도 네트워킹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할리우드에서 영화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로런 콜사장은 "영화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할리우드를 벗어나면 영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만명의 영화 종사자들이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클러스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메이저 영화사다. 자체 제작 영화뿐 아니라 독립제작사들이 만드는 영화에 돈을 대고, 배급한다. 그러나 메이저의 역할은 '총괄'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메이저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수많은 독립 제작사·에이전시·마케팅업체들이다. 가령 에이전시는 배우·감독·극작가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메이저·독립제작사가 특정배우를 쓰고자 할 경우 그 배우를 고객으로 둔 에이전시와 계약해야 한다. 메이저는 잘 모르는 에이전시를 쓰지 않고, 에이전시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극작가를 거느리지 않는다.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이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워너브러더스의 기획담당인 사라 정은 "할리우드에선 네트워킹을 슈무징(schmoosing·수다떨기)이라고 말할 정도"라면서 "영화 일을 하려면 영화 관련업체와 친분이 두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사간 네트워킹도 활발하다.'타이타닉'은 2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파라마운트와 20세기 폭스가 공동 투자했으며 미국 내 배급은 파라마운트가, 해외배급은 폭스가 담당했다. 영화 타임머신도 드림웍스·워너브러더스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영화사와 대학도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의 영역을 넓힌다. 할리우드의 경우 인근의 UCLA·USC·칼아츠·로욜라 매리마운트대 등과 디즈니·워너브러더스 등이 경영하는 교육프로그램에서 양질의 영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등을 감독한 로버트 저메키스는 지난해 디자인 아트센터를 지어 USC에 기증했으며 조지 루카스·스티븐 스필버그·조니 카슨등 대가들도 건물과 시설들을 기증했다. USC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센터(ETC)는 93년 루카스필름과 소니픽처스 등이 투자한 연구소다.

할리우드(LA)=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