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프팅의 성지 동강, 사진이 강물처럼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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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진기를 멘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서로 찍고 찍힌다. 밤낮없이, 앉으나 서나 사진 얘기다. 동네 전체에 사진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해마다 이때면 ‘사진의 강’으로 흐르는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동강국제사진제’(www.dgphotofestival.com) 현장은 전국에서 찾아온 사진 애호가들 덕에 잔치분위기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2010 동강국제사진제’는 사진 취미와 휴가철 피서를 묶어 가족단위로 영월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강원도의 명품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전쟁이 남기다’전에 모여 사진놀이를 벌인 사람들. 왼쪽부터 기획자 박영미씨, 출품작가 노순택·채승우·김녕만·국수용·최순호씨.

거의 해마다 사진제를 찾았다는 곤충전문 사진작가 조유성(75)씨는 “늙지 않는 비결이 사진 아닐까”라며 여성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강사진 워크샵’에 꼬박꼬박 출석했다. 중장년층 사진동아리 회원들이 단체로 전시회를 보고 특강을 듣는 풍경은 동강국제사진제의 자랑거리이자 전통이 되고 있었다.

9회째를 맞은 올 행사의 타이틀은 ‘말없이 말하다’. 현대인의 일상을 특징짓는 이미지의 아우성에다 소리 없이 현대미술의 중심부를 치고 들어온 사진의 위상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독일 초상사진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 영혼의 휴식’(동강사진박물관), 한국전쟁 60년의 속살을 헤집은 ‘전쟁이 남기다’(학생체육관), 세계의 여성들 모습을 담은 야외 설치전 ‘그대 이름은 여자’는 모두 말없이 인간의 본질을 말하는 사진전이다.

‘2010 동상사진상 수상자’인 강용석(52·백제예술대학 사진과 교수)씨는 중앙대 사진학과에 다니던 1980년대 초부터 30년을 꾸준히 좇아온 분단 현실을 5개의 전시로 풀어내 관심을 모았다. 학생체육관에 펼쳐진 ‘동두천 기념사진’ ‘민통선 풍경’ ‘선전촌 사진’ ‘매향리 풍경’ ‘한국전쟁 기념비’는 한반도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게 하는 말없는 표지였다. 8월 22일까지(‘내 영혼의 휴식’전은 9월 26일까지), 033-370-2457.

영월=글·사진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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