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부시 신임 분수령… 예측불허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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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음달 5일 실시되는 중간선거 D-30일을 맞아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테러전과 이라크전 확전, 경제·민생현안 등 선거쟁점이 뒤얽혀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004년 재집권 여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불꽃튀는 접전=양당은 자금·홍보·표밭 등 3대 전선에서 접전 중이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민주당의 앨 고어 전 대통령후보와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 등 양당 지도부는 자기당 후보의 모금행사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홍보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주가 폭락으로 국민의 노후가 불안해졌는데 공화당은 이라크 문제를 정권안보를 위해 이용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또 "민주당이 상원에서 한 석만 잃어도 공화당을 제어할 힘이 없어진다"며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발끈한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민주당은 국가안보에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과거 사회보장세를 올리는 바람에 노인들이 살기 어렵게 됐다"고 반격하고 있다.

◇여론은 민주당 편=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중간선거보다 경쟁이 극적(劇的)이며 결과가 파괴적이다. 박빙의 차이로 정치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상원 1백명 중 34명, 하원 4백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 그리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대표들을 새로 뽑는다. 현재 상원은 민주 50, 공화 49, 무소속 1명으로 1석 앞선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있다.

공화당이 한 석만 빼앗아오면 상원을 탈환하게 된다. 하원은 공화 2백23, 민주 2백8, 무소속1, 공석 3명으로 공화당은 6석만 잃으면 하원을 내줘야 한다.

지난달 30일 뉴스위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역시 지난달 29일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56%가 민주당 지지로 나왔다.

이번에 주지사를 새로 뽑는 36개 주에는 캘리포니아·뉴욕·텍사스·플로리다 등 인구기준으로 8대주가 다 들어 있다. 때문에 선거 결과는 2004년 대선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게 된다.

◇일방주의 심판=이번 선거는 9·11 테러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선거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도 각별하다. 정치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의 '국익우선 일방주의'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다. 여소야대가 되면 대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생기고 대북정책도 '포용'으로 돌아서라는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역대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의 견제 성향 때문에 집권당이 대개 시련을 겪었다. 이 징크스를 깨기 위해 공화당은 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부시 대통령에 기대면서 테러전·국가안보 같은 '애국주의적'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관심을 안보에서 사회보장·교육·의료·의약품값 같은 민생이슈로 돌리려 애쓰고 있다. 민주당은 대규모 기업 회계부정, 더딘 경제회복, 늘어나는 재정적자, 주가 폭락 등 부시의 취약한 경제성적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ABC 방송 여론조사에선 67%가 "미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했고 워싱턴 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선거 최대이슈로 테러문제(47%)보다 경제문제(51%)가 꼽혔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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