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당 백현유원지 사업자 선정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종합레저단지로 조성되는 경기도 분당 백현유원지 개발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비만도 6천억원에 달하는 분당의 마지막 대형 프로젝트 사업자가 1주일 만에 뒤바뀌는 등 특혜 시비와 함께 심사 내역 유출 의혹도 일고 있다. 탈락 업체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성남시는 지난달 17일 개발사업자 선정심사위원회를 열어 군인공제회·포스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0.42점(1천점 만점) 차로 2순위를 차지한 ㈜태영이 "채점 과정에 오류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성남시는 이를 수용, 지난달 25일 재심사를 거쳐 우선협상 대상자를 태영으로 번복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심사위원 한 명이 숙박시설이 들어설 경우 감점해야 하는 평가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군인공제회·포스코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상 숙박시설의 면적이 태영보다 넓어 순위가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탈락 업체 반발=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혔다가 밀려난 군인공제회 컨소시엄 측은 성남시의 번복 결정에 반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법원에 소송을 낼 방침이다.

군인공제회 측은 "비공개 원칙인 채점 점수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하루 만에 유출된 데다 태영 측의 사업 계획에 포함된 노인복지시설을 위락시설로 해석해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심사에서 탈락한 나머지 업체도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채점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불거지는 의혹들=비공개가 원칙인 심사 내역을 누가 태영 측에 유출했는지를 놓고 성남시와 태영 측은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태영 측은 "심사가 끝난 지 이틀 뒤 이대엽 성남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근소한 차이로 탈락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심사 종료 직후 태영 측이 찾아와 채점 오류를 구체적으로 따지며 항의했다"며 "경위는 모르겠으나 태영은 심사 직후 결과를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교수 13명과 시의원·회계사 등 1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가운데 한명이 채점 후 혼자 남아 외부와 수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이 목격됐다"며 "수사를 시작하면 유출 경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로비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지난달 27일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은 단순한 심사 오류라기보다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자 선정 사흘 전인 지난달 14일 한나라당 S의원이 李시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현유원지 개발사업=2006년까지 분당과 판교 사이 6만3천여평에 특급 호텔과 비즈니스 단지를 갖춘 종합레저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땅은 원래 포스코가 토지공사로부터 15만여평을 매입해 유원지와 쇼핑단지 등을 건립하려 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포기했던 곳의 일부다.

토지공사는 이후 15만여평 가운데 쇼핑단지였던 3만9천평을 에이치원 개발에 팔았으며, 나머지 11만여평은 1999년 10월 감정가보다 무려 50%나 싸게 성남시에 팔았다.

이후 성남시는 2000년 5월 업무·상업용지였던 백궁·정자지구를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가능토록 용도 변경해줘 대가성 헐값 매입 의혹을 사고 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