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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개혁 승부수에 찬물 '北-中관계 틀어질까'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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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당국의 양빈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제재조치는 북·중간 우호협력 관계에도 먹구름을 몰고올 전망이다.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의 '대리인'으로 내세운 인물에 대해 중국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노(No)"라고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楊장관은 지난달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의 양아들이 됐다"고 밝혔다. 북·중 지도부간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1997년 북한이 '배신자'라고 불렀던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사건 때 중국이 그의 한국행을 최대한 늦추면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려 했던 것과도 좋은 대조를 이룬다.

정부 관계자는 "양빈 장관 임명은 신의주 특구 지정과 더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부수라는 점에서 북·중 관계에 당분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1월)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의 방북(9월)으로 복원된 전면적 협력관계가 삐걱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개혁·개방의 최대 후원국으로 알려진 중국이 북한의 자본주의와 개방의 실험장인 신의주 특구 개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나라의 존망을 건 실험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중간에 얼마든지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이는 북한의 대중 불신감을 늘릴지도 모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신의주 특구 지정이 가져올 북·중 경제적 이해 관계에 따른 견제구라기보다 전략적인 이해 관계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북한의 급속한 러시아 밀착과 북·일 수교 움직임에 대한 견제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의 대러 접근에 따른 러시아의 동방 진출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증대, 북·일 수교가 가져올 일본의 발언권 확대가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입지를 줄일 것으로 보고 충격요법을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이 일본에 지지 입장을 밝힌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6자회담) 창설이 중국의 전략적인 지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양빈 압박이 이런 우려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판명나면 북한의 전방위 외교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국제적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런 것들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선 양빈 연행은 중국이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면서 생긴 것으로 북·중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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