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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新鮮 >게임-과일·야채·해물·육류맛이살아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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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신세계 이마트에서 팔리는 '예냉(豫冷)상추·시금치'는 수확 후 2시간 이내에 경기 이천의 공장에서 '찬 바람'을 맞는다. 야채도 생물이라 호흡·증산 작용이 계속 이뤄져 그대로 옮길 경우 "매장으로 가는 사이에 죽어간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매장의 냉장시설로 가기 전에 미리 냉각을 하는 예냉 야채가 등장했다. 급속 냉각을 하면 생리작용이 둔해져 갓 수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이 때문에 출하시 보통 17∼20도인 야채의 온도를 차가운 공기를 분사해 5도 정도로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도 차가운 공기를 이용하는 공랭식뿐 아니라 얼음물을 이용하는 수압식, 기압의 차이를 이용하는 차압식 등 상품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 간에 '선도(鮮度)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보다 신선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선도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상품 매입뿐 아니라 운반·가공·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유통 전과정에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선도 경쟁=롯데마트 수산물 매입담당(바이어) 팀원들은 요즘 꽃게 주산지인 서산 바닷가에 상주하고 있다. 노량진 시장의 경매가격이 산지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산지에서 라도 원가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직접 산지에 간 것은 경쟁업체보다 조금이라도 더 싱싱한 꽃게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1차상품인 신선식품도 '진화'를 거듭한다. 신세계 농산팀 금석헌 과장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팔리는 야채도 자세히 보면 신선야채·수경야채·예냉야채 등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산지를 찾아 품질 좋은 야채를 골라 깨끗하게 포장해 파는 것이 초보적 단계인 '신선야채'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재배단계에서부터 깨끗한 물로 키웠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수경(水耕)야채'가 인기를 끌었다.

이보다 더 진보했다는 예냉방식은 2년 전 야채에 도입돼 최근에는 복숭아·포도 등 과일로 확장되는 추세다.

생선은 찬 소금물에 담갔다 꺼내는 '냉염처리'를 거친다. 롯데마트 수산팀 홍현기 팀장은 "냉염처리한 생선은 신선도가 두배 이상 향상되기도 하지만 우선 때깔이 좋아 소비자들의 눈에 싱싱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품은 사전에 신선도 처리를 한 후에도 운반차량에서 매장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지일권 과장은 "상품 종류마다 적정온도를 영하 18도에서 상온까지 6가지로 나누어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냉장 운반차량의 경우 운반관리시스템(TMS)이 내장돼 있어 출발부터 도착까지 컨테이너 내 온도를 중앙제어장치를 통해 관리한다. 상품이 매장에 도착한 후 보관하는 창고에도 진열대와 똑같은 온도 유지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사람의 손을 덜 타게 하는 것도 신선도 유지의 관건이다.

LG유통은 전용 컨테이너를 이용해 야채를 운반한다. 배추 6개가 들어가는 소형 컨테이너는 통풍이 잘돼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데다 운반시 제품에 손이 닿지 않아 상품이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활발한 '신선 마케팅'='오늘 들어온 배추는 산지에 이슬이 많이 내려 까만 점이 박혀 있습니다.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나 물이 많을 수 있습니다' '기온이 높아 계란 노른자가 잘 풀어질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식품매장 판매대에는 종종 이같은 '고해성사'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진실 마케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제품의 신선함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으로도 신선함을 주자는 발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신선도'를 이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는 업체들도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소비자가 구입한 신선식품의 품질에 불만을 나타낼 경우 즉시 교환·환불해주는 '신선식품 리콜제'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은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미지가 좋아져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을 먹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최고 1억원까지 보상해주는 '신선식품 안심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떨이행사'도 일종의 신선 마케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폐점시간 직전에는 원래 가격의 절반 가까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소비자들에게 '당일 들어온 상품은 당일 다 판다'는 인상을 줘 제품의 신뢰도는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이처럼 신선도 높이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비싸도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신세계 백화점은 지난 여름 당일 새벽 과일을 따 아침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벽 과일'을 판매했다. 오전 10시 백화점의 각 매장에 들어 온 과일은 당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다 팔릴만큼 인기를 끌었다. 새벽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15% 가량 비쌌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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