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디즈니를 배웠다 童心에 '자동차의 꿈'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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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미국의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1901∼66년)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55년 거대한 규모의 놀이시설인 디즈니랜드를 완공했다. 그의 목표는 바로 어린이를 사로잡는 것이었다. 디즈니 영화사가 만든 만화영화를 보며 꿈을 키운 어린이들이 디즈니랜드에 찾아가 만화 속의 주인공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또 그 어린이가 성장해 어른이 돼서도 아이들과 함께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를 보게끔 한 것이다. 이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사 만화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이는 경영학계에서 성공적인 홍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의 국민차'폴크스바겐사도 디즈니와 같은 홍보전략으로 최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자리한 '아우토슈타트(자동차 도시)'는 독일판 디즈니랜드다.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이 하노버 엑스포 행사를 위해 이 도시에서 동쪽으로 90㎞ 떨어진 본사의 공장 바로 옆에 8억5천마르크(약 5천억원)를 투입해 2000년 6월 개장한 자동차 테마 파크다.

안내 직원 게헤르만은 "개장 27개월만인 지난달 입장객이 5백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평일 6천명, 주말에는 1만 5천명이 꾸준히 찾고 있으며 어린이가 많이 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입장료는 성인 14유로(약 1만 7천원), 어린이 6유로(약 7천2백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48m, 20층 짜리 투명유리로 만들어진 쌍둥이 타워다. 승용차 8백대를 보관할 수 있는 이 타워는 전자동 무인시스템으로 작동돼 일하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다.

대리점에서 차를 계약한 고객은 쌍둥이 타워에서 1백m 떨어진 쿤덴센터(고객센터)에서 계약서를 내고 기다리면 한시간 뒤 차를 받을 수 있다. 타워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가 지하터널을 거쳐 주인 앞에 자동으로 배달된다. 초대형 자판기인 셈이다. 자동차를 넘겨받은 고객들은 가족과 기념촬영한 뒤 번호판을 달고 곧장 집으로 간다. 어린이들 마음 속에 '폴크스바겐'이 각인되는 순간이다. 하루에 6백대의 자동차가 이렇게 새 주인을 만난다.

게헤르만은 "아우토슈타트 옆에 있는 공장은 분만실이고 타워는 탁아소, 쿤덴센터는 입양시설에 비유할 수 있다"며 "어린이들이 모성애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아우토슈타트는 단순한 볼거리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우토슈타트의 관문격인 콘체른포럼에서는 자동차 원리와 생산과정을 가르쳐 주는 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3층 오토랩에서 자동차가 충돌할 때 에어백이 터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사고시 충격에 의한 외상을 가상 체험하게 된다.

어릴적부터 자동차 안전교육을 톡톡히 받는 셈이다. 그 옆에서는 어린이들이 컴퓨터로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즉석에서 프린트까지 할 수 있다. 야외의 미니 도로에서는 어린이들이 최고 시속 4㎞의 장난감 차를 몰며 카레이서를 꿈꾸기도 한다. 아우토슈타트의 최고 책임자인 오토 페르디난트 바흐는 "자동차에 대한 인간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들의 마음에 폴크스바겐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김상우 기자

s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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