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민듯 北 안꾸민듯 천연 女 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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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부산 아시안게임에 '남파'된 북한 여성 응원단이 연일 화제다. 풋풋하고 빼어난

외모 뿐 아니라 의상·식사·손동작 발동작·말투 하나까지 모두 얘깃거리다.

그들은 하늘하늘한 자태를 뽐내는 분홍·연두·노랑·하양 등 형형색색의 한복

차림으로 지난달 28일 만경봉호에서 부산에 내리면서 남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응원단은 나이키 상표가 선명한 모자와 운동복 등을, 취주악단은 빨강·파랑 등 원색의 제복을 입고 경기장을 누빈다. 이들이 나타나는 경기장은 관중들로 북새통이다. 물론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많다.

당차고 발랄한 신세대풍 모습도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끼 있는 춤도 서슴없이 보여준다."예뻐서 응원단에 뽑힌 게 아니냐"는 질문에 "북조선에는 다들 미인입네다"라고 받아친다.

올 가을 남한 사회를 사실상 '점령'한 북한 응원단을 통해 변화하는 북한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훔쳐본다.

# 변화하는 평양의 미인상

경기마다 빨강 티셔츠를 입고 응원단 맨 앞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이끄는 리성애(20)씨. 그는 평양예술단 소속으로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통일대회에서 화려한 물동이춤을 선보였었다. 165㎝ 정도의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신세대 미인형이다.

북한 응원단들은 신세대 미인의 조건을 갖췄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백60㎝정도의 키에 약간 통통한 몸매, 둥그스름한 얼굴'이 최고 미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최근엔 선이 굵고 화려·활달한 외모가 미인의 기준이 됐다고 한다. 리성애씨와 함께 북측 응원단의 대표 미인으로 꼽히는 유경애(26)씨도 그런 예다. 갸름한 얼굴에 170㎝ 가량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북한 젊은이들은 전에는 키 큰 여성을 '멋 없다'는 식으로 평가했지만 지금은 '잘 빠졌네'라면서 부러운 시선으로 본다. 멋을 잔뜩 부린 여성도 '세련됐다'는 식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 북녀의 미용관리·패션

한 남측 기자가 미모를 칭찬하자 한 응원단원이 답했다."본 바탕이 그렇습네다. 화장은 잘 안합네다."

이들은 색조 화장을 하지 않고 크림,'살결물'(스킨 로션) 등으로 기초 화장만 하고 입술연지(스틱)를 옅게 발랐다. 귀고리를 한 여성도 몇몇 있었다. 북한 여성들은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은하수' 화장품과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봄향기'를 주로 사용한다.

헤어 스타일은 대부분 머리를 뒤로 땋아 묶은 이른바 '조발(調髮)머리'. 머리 윗부분만 약간 손질한 '파마 머리'도 눈에 띄었다.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긴 생머리나 사회활동하는 여성을 연상시키는 짧은 커트 머리는 거의 없다.

북한은 치렁치렁한 머리나 지나치게 짧은 머리는 고상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조선여성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부터 삼가고 있다. 조발머리 외에 소(沼)에 떨어지는 옥수(玉水)를 연상시키는 '옥수머리'와 국화꽃을 닮은 '수국화머리''들국화머리' 등이 북한이 권장하는 머리 모양이다.

남쪽에서 일반화된 염색은 전혀 없고 헤어젤이나 헤어무스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한복은 금색실로 다양한 무늬를 수놓아 더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는 하얀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즐겨 입는 여대생 외에는 연한 색깔의 투피스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젊을수록 꽃무늬가 있거나 화사한 색깔을 좋아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단색이나 단순한 패션을 선호한다.

# 북녀의 섭생·건강관리

북한에는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의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단 김옥성씨는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느냐"라는 질문에 "다이어트가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일부 여성이 쌍꺼풀 수술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불법 시술이다. 응원단은 굳이 다이어트를 하지 않지만 채식을 즐긴다.

지난달 28일 환영오찬 때 응원단은 꽃등심 스테이크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소식(小食)형이기도 하다. 북한 여성들은 주로 한식과 냉면 등 담백한 음식을 즐긴다고 했다. 기름기가 많은 호텔식단은 입맛에 안맞는 분위기였다.

북녀들은 운동을 많이 한다. 북한의 각 기관·단체·학교 등에서는 아침 체조·아침 달리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널리 보급된 생활운동은 인민보건체조·대중율동체조(에어로빅)·건강 태권도 등이다.

남측 대회진행 관계자는 "북한 응원단은 남한에서 보기 힘든 풋풋하고 자연스런 외모를 지녔다"고 평가한다. '자연 미인''건강 미인'이라고 할까. 대회관계자 일부는 다만 '10명중 4명 정도가 미인'이라며 하나처럼 움직이는 북한응원단의 특성상 이들이 두드러지면서 전체가 미인이라는 인상을 주는지 모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부산=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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