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 이겨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2일 당 소속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자치단체장 부인 연찬회에서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韓씨는 이날 인사말에서 '병풍(兵風)'에 시달리던 심정을 토로했다. 마침 김대업(金大業)씨 녹취 테이프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던 터라 韓씨는 다소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김대업이란 사람이 TV에 나와 말도 안되는 이상한 조작을 얘기해 가슴이 찢어졌고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그간 서럽던 울분을 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대선을 이겨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이 발언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韓씨가 너무나 집요하고 위험한 권력욕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편의 집권이 '하늘이 두쪽 나도' 이뤄야 할 일이냐"며 "분풀이하기 위해 집권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韓여사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민감한 시기인 만큼 그런 발언은 조심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연수원 직원의 실수로 韓씨 인사말이 폐쇄회로 TV를 통해 흘러나와 문제가 됐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