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이용 침투프로그램 등 첨단 군사기술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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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노트북PC로 위성에서 찍은 영상을 다운받는다. 모니터에는 복잡한 건물군(群)이 보이고 목적지가 빨간 점으로 표시된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도로를 가로질러 거침없이 3층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마치 제집 안방을 드나드는 것처럼….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위성 영상을 통한 '가상 침투 작전'의 한 장면이다. 인터시스(www.intersys21.com)가 개발한 위성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아이큐브'는 이런 가상의 '침투 작전'을 가능케 하는 제품이다.

아이큐브는 위성에서 다운로드받은 영상을 3차원 영상으로 재현하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을 이용하면 위성 영상에서 점으로 보이는 건물들이나 실낱같이 이어져 있는 도로를 실제 사진처럼 재현할 수 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을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항공기 시뮬레이터 벤처기업인 도담시스템스(www.dodaam.co.kr)의 실험실에서는 전투기 시뮬레이터 성능 시험이 한창이다.

이 회사 항공기 시뮬레이터의 장점은 F-15 등 전투기의 조종석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는 점. 조종석뿐 아니라 각종 비행 환경도 3차원 영상으로 구성했다. 수원·오산 등 국내 5개의 군용 비행장을 영상으로 구현해 조종석에 앉으면 마치 실제 상황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회사 엄영준(43) 사장은 "전투기가 한번 움직이면 돈을 태운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게다가 대당 2백억∼3백억원 하는 전투기가 1대라도 추락하면 엄청난 손실이므로 똑같은 비행 효과를 내는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필수 장비"라고 말한다.

벤처기업들이 '국방부 공략작전'을 감행한다. 타깃은 오는 17일부터 4일간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2002 벤처국방마트'. 올해로 3회 째인 벤처 국방 마트는 1백50여개 국내 국방 관련 기업들이 참여해 기술력을 뽐내는 경연장이다.

대덕밸리의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도 이 행사를 향해 모든 화력을 '정조준'했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기계·소재 등의 분야에서 30여개 업체가 총출동한다.

이번 행사에는 그동안 소극적이던 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든 구매 부서에 '참관 동원령'을 내릴 계획이어서 참가 기업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국방마트의 새로운 경향은 군사용 기술의 민수용으로의 전환이다. 지리정보시스템(★) 벤처기업 GG21(www.gg21.co.kr)이 개발한 'e-포지션(Position)'이 대표적인 케이스.이 시스템은 군 작전 때 고정 시설물이 새롭게 생기면 지도에 표시하던 것을 전자 주소로 등록해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가령 적이나 아군이 막사나 진지를 구축하면 e-메일 주소와 유사한 전자 위치좌표(e-포지션)를 부여하고 곧바로 군 전용망에도 올려 빠르고 쉽게 위치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격 목표 지점이나 이동 차량 등에 대한 위치 좌표를 한 눈에 파악해 공유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출신 이상지(49)사장은 "e-포지션은 특정 지역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물류 유통에 적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덕밸리에 국방 관련 벤처기업이 많이 들어선 것은 군사시설이 대거 몰려있는 지역 특성 때문이다. 육(陸)·해(海)·공(空)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와 3군 대학 및 통신학교 등이 자리잡은 자운대가 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군사기술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육군교육사령부 등도 가까이 있고, 군수사령부도 옮겨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국방 분야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수입 제품을 이른 시일 내에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구남평 대덕넷 기자

flint70@hellodd.com

★ 지리정보시스템은 지도상에 있는 건물·도로·하천 등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컴퓨터로 활용하는 것을 말해요. 영어로는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줄여서 GIS라고 하지요. 내 차가 어디 있으며 목적지를 찾아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려 주는 카내비게이션시스템도 GIS를 활용한 것이에요. 이밖에 도시계획, 교통관제 등의 업무에도 활용하는 등 용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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