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떻게 … 일본서 아동 학대·유기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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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4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온다. 직장을 다니며 남자를 찾아 헤매던 엄마는 어느 날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4남매 중 막내는 결국 죽음을 맞는다.” 2004년 개봉된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스토리다.

이 영화 내용과 비슷한 어린이 유기사건이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이웃집에서 알 수 없는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관문 열쇠를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간 경찰은 방 안에서 알몸으로 숨져 있는 어린 남매를 발견했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점을 들어 경찰은 아이들이 숨진 지 한 달 이상 됐다고 발표했다. 집 안은 온통 쓰레기와 오물투성이였으며, 음식은 물론 마실 물도 없었다. 굶어 죽은 사쿠라코(3세·여)·가에다(1세·남) 남매의 엄마 시모무라 사나에(下村早苗·23)는 이튿날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5월 이혼한 뒤 혼자 아이를 키우던 엄마는 경찰에서 “아이들 밥해주고 목욕시키는 일이 귀찮았다.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1월 유흥업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엄마는 2~3일씩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다. 6월 말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뒤엔 호스트바에 출입하며 한 번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무성의한 당국의 행정도 일본인들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주민들은 3월 말부터 이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오사카시가 운영하는 아동학대상담소에 세 차례 신고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터폰으로 ‘엄마, 엄마’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시 관계자는 4~5차례 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일본에선 아동 유기·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4만4210건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다였다. 19년간 40배가 늘어났다.

지난달 말 요코하마(橫濱)에서는 한 살짜리 딸이 시끄럽게 울 때마다 나무상자에 가둬 질식사시킨 부모가 붙잡혔다. 구루메(久留米)시에서는 다섯 살짜리 딸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얼굴을 타월로 칭칭 감아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가 붙잡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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