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후보토론회표정]李, 답변 진땀…목소리높이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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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 예리하고 정확한 지적을 해줘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는 1일 경실련 대선후보 토론회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李후보는 이날 패널리스트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뺐다.

李후보의 답변에 반박하거나 추궁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李후보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李후보에게 서울대 지방 이전 문제를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자 토론회 말미에 다시 물었다. 李후보는 방송 카메라의 빨간 불빛을 겨냥, "옐로카드도 아니고 레드카드가 왔다갔다 해 미처 답변하지 못했다"고 농담한 뒤 "이전 못하란 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權교수는 '10년간 6% 성장하는 게 경제 비전'이라는 李후보의 발언에 대해 "그럼 물가상승률은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따지듯 물었다. 李후보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權교수는 또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에 대해선 "집을 살 수 없는 저소득층 숫자가 얼마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李후보는 "자꾸 숫자를 묻는데 대통령후보가 꼭 얼마 오른다고 알아야 하나. 경제특보들에게 물으면 당장 답이 나온다"고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상명대 함시창 교수도 李후보가 중소기업 정책을 길게 제시했지만 재벌정책은 간단히 넘긴 것을 지적, "재벌정책을 깃털처럼 다루는 것에 놀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벌을 상대할 세력은 바로 대통령밖에 없다"며 "뚜렷한 인식이 없다면 재벌이 원하는 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인식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李후보는 토론회를 마치며 패널리스트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향후 토론회에 보탬이 되는 질문을 많이 해줬다"고 인사했다.

◇'미래를 여는 창' 출판기념회=李후보는 이날 오후 '미래를 여는 창-이회창의 정치철학과 비전'이란 책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북악포럼' 회원 80여명과 격주로 만나 18차례 가진 비공개 세미나를 한양대 공성진(孔星鎭)교수가 정리한 것이다.

책에는 李후보의 국가경영 목표를 '바른 나라''좋은 나라''강한 나라'의 세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이날 제시된 경제공약은 물론 앞으로 李후보의 공약도 책에 실린 내용이 근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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