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막증 따른 불임 진단 복강경 검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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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7면

30대 초반의 여성이 결혼 4년이 지났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며 찾아왔다. 난관 조영술·정액검사·배란기능 검사·호르몬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마지막 불임검사인 복강경 검사를 했다. 복강경을 통해 들여다보니 자궁 주변에 경미한 자궁내막증이 있었다. 시술 과정에서 바로 전기소작술을 이용해 환부를 제거했다. 환자는 시술 2개월 후 자연 임신을 했다.

결혼한 부부의 약 10∼15%는 아기를 갖지 못하고, 이들 중 10∼20%는 불임 원인을 찾지 못한다. 원인을 모르는 불임이란, 나팔관이 정상적으로 뚫려있으면서 규칙적으로 배란을 하고, 난관 주변의 유착이나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이 없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남편의 정자 생성 능력도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2∼3년이 지났어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원인불명 불임으로 진단한다.

진단 복강경은 난관 유착이나 자궁내막증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술이다. 복강 내의 난관이 주변조직과 붙어 있어 난관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불임의 원인인 자궁내막증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한다. 과거에 골반염을 앓았거나 평소 골반 통증이 있는 경우, 난관 조영술 상 비정상인 여성은 조기에 복강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진단 복강경은 검사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를 한 번에 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복강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경우는 60∼70% 정도며 나머지는 검사해도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 복강경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수술을 했더라도 임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진단 복강경을 1차 불임검사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다.

배란 유도나 인공수정 등 생식보조술의 시술 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우리나라에서는 마취까지 해야 하는 진단 복강경을 시도하기보다 간단한 임신 시도를 먼저 해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난관 조영술에서 정상으로 나온 원인불명 불임인 경우에는 진단 복강경 시술 대신 배란 유도와 인공수정을 3회 정도 시행해 보고, 이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진단 복강경 검사와 체외수정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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