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출산율' 왜 문제가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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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나라 여성은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 아이를 적게 낳는다.

지난해 가임 여성 한 명이 낳은 평균 자녀 수(출산율)는 1.3명으로 일본(1.33)이나 영국(1.64)·프랑스(1.89)보다 낮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다. 출산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어떻게 될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월 24일자 특집 기사에서 2050년의 미국 시장은 유럽의 두배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미국은 앞으로 더 젊고 강해질 것이지만 서부 유럽은 더 늙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 때가 되면 미국의 인구는 지금의 두배 가까운 최대 5억5천만명까지 늘어나고, 유럽은 3억6천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인구의 중간(median) 연령은 36.2세, 서부 유럽은 52.7세가 된다.

지금까지 유럽의 부활을 예고했던 사람들은 유럽이 미국보다 인구수로 1억명이 더 많은 시장임을 강조해왔다.

일본의 장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점도 인구의 고령화다. 일본은 3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8.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인구 대체율)은 2.1이다. 미국은 1960∼85년 그 비율이 1.8까지 떨어졌다가 90년대에 다시 2.1을 회복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율 하락과 인구 고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2040년엔 일할 수 있는 인구(15∼64세)가 2천8백여만명으로 현재보다 6백만명 가량 줄어든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은 지금의 네배(1천4백50만명)로 늘어, 둘이 일해서 노인 한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현재의 다섯배). 전체 인구도 2022년(5천68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지난해 4백75명(㎢당)으로 세계 3위다. 인구가 너무 많으면 국민 생활의 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산아제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덕분에 출산율은 60년에 6명에서 70년대에 4명, 지금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출산율이 2.1에서 1.4 수준이 되는 데 일본은 30년, 네덜란드는 29년 걸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6년밖에 안걸렸다.

출산율이 급락하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출산율의 지나친 하락을 막는 일이 급하다. 부존(賦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성장 원동력이 젊고 건강한 노동력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이태종 기자

taejong@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이시백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장(서울대 보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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