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최고의 명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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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총보

(1~250)=눈부신 승부였다. 한 여름의 두달동안 절정의 기량을 지닌 이창호9단과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자 이세돌3단이 전력을 기울여 싸웠다.

李3단은 화염처럼 뜨거운 바둑으로 걸핏하면 李9단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李9단도 예전처럼 쉽게 타협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1국은 이창호9단의 대마가 죽었다. 2국은 이세돌3단이 피를 흘리고 항복했다. 3국은 李3단의 대마잡기가 실패했다. 4국은 李3단의 막판 공격이 주효했다.

그리하여 2대2. 마지막 5국에 세계바둑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10년간 부동의 세계 1인자였던 이창호9단과 그의 왕좌를 빼앗으려는 이세돌3단의 힘은 백중지세였다. 과연 이세돌은 이창호를 꺾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긴장과 흥분 속에서 5국이 시작됐다. 지난해 LG배 결승에서 이창호9단에게 2연승 후 3연패했던 이세돌3단이다. 그때의 실패가 재연될 것인가. 아니면 후지쓰배 우승의 기세를 이어갈 것인가.

백이 중반에 번득이는 한수를 두었다. 바로 76. 이것으로 백이 앞서는가 싶었으나 李3단이 91의 역끝내기로 의표를 찌르며 정면승부를 걸어왔다. 그러나 95가 너무 깊었다. 승부는 이것으로 결정됐다.

이세돌은 아직 어리다.만19세. 비록 패했으나 그 창창함이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이창호9단의 왕위 7연패를 축하하며 왕위전 연재를 마친다. 내일부터는 삼성화재배 세계대회로 무대를 옮긴다 (2백50수 이하 생략 백 3집반승).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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