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창업 자판기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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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30대 중반을 넘어선 직장인들은 앞으로 직장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그러나 대부분은 목돈이 없어 창업할 형편이 아니다.

이것저것 합쳐 2천만∼3천만원 정도 목돈을 마련했다면 자판기 사업에 눈을 돌려 볼 만하다.

◇창업 포인트=자판기 사업의 성패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얼마나 빨리, 편하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자판기 체인 회사를 이용할 때는 애프터서비스와 장소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잘 만든 기계라도 여러 사람이 쓰다 보면 고장나게 마련이므로 자판기 판매 본사에서 애프터서비스를 어떻게 해주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목 좋은 장소를 본사에서 찾아준다면 초보자들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자판기 사업의 천국이라는 일본의 경우 세정티슈·손톱자동관리기 등 여성층을 공략하는 품목이 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추세다.

창업전략연구소 윤현정씨는 "자판기 사업에 성공하려면 일단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결품 여부를 매일 한두번씩 확인하고 오작동 문제 등을 정확히 체크해야 매출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수·화장품·잡화 자판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나 점포,여학교 앞, 오피스타운 길목 등이 알맞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관계자는 "자판기 체인 업체들의 일방적인 광고만 믿어서는 안되고, 회사의 신뢰성과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품목이 있나〓기존 커피나 캔음료 자판기는 이미 보편화돼 포화상태다. 목 좋은 곳은 대부분 자판기가 보급됐다. 하지만 틈새를 파고드는 신종 자판기들은 상황이 다르다.

커피 자판기 분야에서는 최근 원두커피 자판기가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담배 대용품으로 1백% 쑥으로 만든 쑥담배 자판기는 ㈜금호(02-2068-2093)에서 자판기 판매뿐 아니라 설치 장소를 지정해준다.

대당 가격은 2백80만원인데 10대를 기본 단위로 판다. 초기 투자비용 2천8백만원이 필요하다. 회사 측은 "1대당 하루 50갑 정도 팔리면 임대료(수익금의 40%)를 제하고 순수익 3만원이 남아 한달에 90만원 정도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석복권 자판기는 버튼만 누르면 즉석 복권이 자동으로 나온다.

드림피아(02-477-6269) 즉석복권 자판기는 일정한 시간마다 복권 판매 홍보 음성기능 작동은 물론 즉석복권 구입과 함께 게임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판기 6대가 한 세트(가격 1천8백만원)인데 회사에서 지역 독점 운영권을 보장해준다.

자판기 업체인 키오스텍(032-813-9723)이 최근 선보인 누드 자판기는 훤히 들여다보이는 '누드형'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가로 3m, 세로 2.4m의 대형이다. 약 1천종류의 생활용품을 백화점식으로 판매하는 게 강점이다. 가격이 대당 2천3백만원으로 비싼 것이 흠이다.

◇자판기 시장은=자판기공업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보급된 자판기 대수는 지난해 말 85만여대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하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1년 동안에만 8만대 넘게 나가 사상 최대 보급대수를 기록했다. 시장규모는 연 5천억원대로 2005년께에는 약 1조억원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자판기 제조업은 삼성전자·캐리어LG·롯데기공 등 대기업 3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50여개 중소업체가 아이디어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자판기 판매 및 유통업체는 1천3백여곳에 달한다. 자판기를 관리, 운영하는 사업자는 2만명 정도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도움말 주신곳=한국창업전략연구소(02-786-8406), 창업전략연구소 스타게이트(02-2215-2866),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02-552-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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