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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휴게소 맛집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7호 02면

취재를 마치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돌아오다 서천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우동을 먹곤 했는데 마침 밥이 먹고 싶었습니다. 늘 보던 김치찌개, 돈가스 사이에 색다른 이름이 보였습니다. ‘한산 모시잎 굴 젓갈 백반’(6000원). 밥과 국, 김치·콩자반·김과 함께 어리굴젓이 듬뿍 든 접시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일대가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해봤더니 서천군 한산모시세계화사업단이 올 4월부터 내놓은 새 메뉴였습니다. 사업단에 전화로 물어보니 “한산 모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다는 모시잎을 갈아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인근 서산휴게소에서는 이미 ‘어리굴젓 백반’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렇게 차별화를 했네요. 한국도로공사가 매년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 선발대회’를 열고 있었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행길에 뭘 먹을까 하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 되겠습니다만, 그 전까지 휴게소 식사는 이런 욕구를 크게 만족시켜 주질 못했죠. “일본에서는 휴게소마다 지방색이 뚜렷한 도시락을 파는데 이걸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더라”며 목소리를 높이곤 했는데, 이제 우리도 그런 수준이 됐군요.

메일 박스를 열어보니 마침 온양온천시가 전통시장을 살릴 특화 먹을거리로 ‘온궁양생탕’이란 걸 최근 개발해 관내 상인들에게 요리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는 보도자료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임금님이 드셨을 만한 음식을 ‘온궁 보양식’이라 이름 붙이고 매달 한 종류씩 개발하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음식에 지역 특색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요즘 화두인 지방균형발전과 한식 세계화를 굳건히 지탱할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휴가 땐 맛있는 휴게소 메뉴를 미리 찾아놔야겠습니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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