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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몸살서울] 걱정되는 앞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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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소규모 다세대주택 공사는 영세한 개인 건설업자들이 하는 게 대부분이다. 공사 기간에 집주인이 다른 집에 세들어 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두세 달만에 뚝딱 짓게 마련이어서 그만큼 날림 공사가 우려된다.

지은 지 1년도 안된 집에서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는 것이 다반사다. 올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다세대주택의 하자 피해는 2백27건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데다 주택 안전 문제가 겹쳐 다세대주택가의 '슬럼화'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다세대주택은 내구 연한이 짧기 때문에 10년 정도 지나면 노후 주택 밀집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임대수입을 노린 집주인의 불법 증·개축도 슬럼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단 구조변경이 쉬운 형태로 건축 허가와 사용 검사를 받은 뒤 원룸으로 가구를 늘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2천5백20동을 점검한 결과 불법 구조 변경이 적발된 다세대주택은 4백동으로 무려 16%에 달했다. 처음 건축설계 때보다 건물 안전성이 떨어지고, 거주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다 보니 주차 전쟁은 물론 화장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주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멀쩡한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행위를 규제할 방침이다. 건축법과 시·구 조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하면 민간업자들이 마음대로 건물을 허물 수 있는 건물철거 신고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신고제 대신 '멸실허가제'가 도입되면 일정 건축 연도가 지났거나 건물 안전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만 건물을 철거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공동주택 부문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정부의 지원과 각종 규제를 단독주택 개량 사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면서 "향후 단독주택을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개축하는 경우도 재건축에 포함시켜 공공 및 부대시설을 확충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 개량을 민간에만 맡기기에는 지금까지의 난개발 후유증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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