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만 한 차체에 V8 엔진 얹고 500마력 힘 뽐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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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올 하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 고성능 소형차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진 BMW M3 쿠페와 메르세데스-벤츠 C 63 AMG의 쌍두마차 체제였다. 한때 아우디도 RS4를 선보였지만 판매가 부진해 거둬들였다. 그런데 이달 13일 캐딜락이 CVT-V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렉서스도 9월 IS-F를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와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현대 아반떼만 한 차체에 V8 4.0~6.2L 엔진을 얹고 420~556마력을 뿜는 ‘작은 거인’이라는 점이다. 친환경이 이슈인 요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렇듯 기형적 조합의 고성능 소형차에 집착하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술력을 과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드높일 수 있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BMW M3의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숨이 턱 막혀 온다. 커다란 엔진을 빠듯한 공간에 넣다 보니 손바닥 하나 쑤셔 넣을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서다. 엔진의 뒷부분은 차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엔진만 얹었다고 끝이 아니다. 고성능 차의 최대 고민은 냉각이다. 각종 부품에 다닥다닥 에워싸인 채 시뻘겋게 달아오를 엔진을 식힐 수 있어야 한다.

무게 배분도 골칫거리다. 엔진 때문에 무게가 앞쪽으로 쏠려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 따라서 부품의 크기와 개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공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또한 잘 달리는 만큼 강력한 제동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처럼 작은 차체에 큰 엔진을 얹으려면 치열한 고민이 뒤따른다. 만만치 않은 기술적 도전이다. 그래서 자랑거리가 된다.

아울러 소형차의 틀을 쓰면 같은 엔진으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AMG 시리즈는 S-클래스든 ML이든 엔진은 V8 6.2L 한 가지뿐이다. 엔진을 품은 차체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성능은 강력하다. 렉서스 IS F가 좋은 예다. 렉서스의 최고급 세단인 LS600hL의 엔진을 IS에 얹으면서 가속의 짜릿함이 몇 배로 증폭됐다.

이들 고성능 소형차의 성능은 웬만한 경주용차와 맞먹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4초대. 최고속도는 안전을 위해 시속 250㎞에 제한장치를 걸어 둔 경우가 많다. 숙련된 운전자가 아니면 차에 정신없이 휘둘리기 십상이다. 1000㎞ 주행 때마다 엔진오일을 보충하고 늘 타이어의 공기압을 신경 써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하나같이 넘치는 성능을 품었지만 고성능 소형차의 운전 감각은 각자 천차만별이다. 각 브랜드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령 메르세데스-벤츠 C 63 AMG가 폭력적인 가속으로 감성을 뒤흔든다면 BMW M3는 차분하고 냉정한 반응으로 이성에 호소하는 식이다.

이들 ‘작은 거인’의 시장은 상징적 의미가 남다를지언정 태생적으로 마이너리그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BMW M3는 99대, 메르세데스-벤츠 C 63 AMG는 64대가 팔렸다.

김기범 객원기자·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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