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對北지원설 政街 파장]"北에 돈 주고 정상회담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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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에 대한 현대상선의 '4억달러 비밀전달설'이 터져나오자 한나라당은 26일 총공세에 돌입했다.

서청원(徐淸源)대표가 최전선에 섰다. 徐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라 정권이 국민을 속이고, 재벌과 짜고 적의 전력증강을 도운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흥분했다.

당3역도 나섰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정상회담은 돈을 주고 산, 청와대와 국정원 합작의 이벤트"라며 "4천억원과 9백억원이 조공 뇌물로 건네졌음이 밝혀졌다"고 질타했다. 이상배(李相培)정책위 의장은 "지자체에서 수해 복구비가 없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데 정부는 북한에 퍼줄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다른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6·15 공동선언 때와 임동원(林東源)특사가 방북했을 때 전달한 돈의 규모와 전달 경로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사안의 폭발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뒷거래 실체를 규명하면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햇볕정책'의 기조를 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정상회담의 정당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도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을 통해 돈이 건너갔다는 점에서 정몽준(鄭夢準)후보에 대한 공세에도 활용할 수 있는 소재다.

병풍(兵風)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4억달러 비밀전달설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려고 당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정조사를 요구한 한나라당은 당내 특위 구성 등 독자적인 진실규명 작업도 병행키로 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공방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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