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돈줄 죄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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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국은행이 돈줄 죄기에 나섰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10월부터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11조6천억원에서 9조6천억원으로 2조원 줄이기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싼 금리(연 2.5%)로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것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은행들은 그만큼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한은은 지난해 9·11 테러 사태가 터지자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늘렸는데, 꼭 1년 만에 다시 줄이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중 지역본부별 한도는 현재 3조원에서 3조6천억원으로 6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박재환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이번 조치는 한은이 과잉 유동성에 유의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달라"며 "다만 콜금리를 올리기 위한 전제조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朴국장은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면 은행들은 부족해진 자금을 콜시장에서 빌리게 되고 이에 따라 콜금리가 올라가면 한은은 콜금리 목표치(현재 4.25%)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다시 풀어야 한다"면서 "통화흡수 효과는 크지 않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10월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올릴지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워낙 불투명해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콜금리 인상의 전단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최근 시장의 주변 여건에 비춰 한은이 금리인상 카드를 쓰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일구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의 신호라기보다 금리인상 없이 그나마 통화를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금융감독위원회는 오는 30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가계대출 억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총액한도대출=중소기업 대출 확대와 지역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한은이 지원하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말한다.

총액한도대출은 시중 통화를 조절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쓰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통화관리 방식이 콜금리 목표제로 바뀌면서 유용성이 떨어졌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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