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간 대화에 거는 기대

북한의 개혁·개방 조처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특사가 곧 평양을 방문한다. 북한도, 미국도 이 회담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직시해 열린 자세에서 빅딜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잘 되어 정상급 회담으로 진전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북한 개혁·개방의 성패는 물론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경제개혁의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남 유화자세로 전환하고, 혁신적인 신의주 특구의 개발에 전격 착수한 것이나,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의 대북 현안을 해소했던 것을 종합 분석하면 대미관계에서도 통 큰 결단이 기대된다. 북한은 무엇보다 미국이 사찰을 요구하는 핵·미사일 개발 및 수출, 화생방무기를 포함한 재래식 무기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감축할 진지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개혁·개방 노선이 성공할 확률은 낮다. 북한은 미국의 불신을 일거에 푸는 방안을 제시하고, 반대급부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스스로 강조하는 실리(實利)노선에 부합할 것이다.

미국도 강력한 대북 압박정책만 고집해선 안된다. 적절한 유화책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드디어 국제사회에 진입하려는 자세인 만큼 미국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인 북한문제를 이번을 계기로 풀어간다는 포용적 차원에서 절충을 시도해야 한다. 미국은 핵 및 미사일 문제의 우선적 절충에 따라 북한을 불량국가에서 해제하고, 국제금융기관의 대북 지원이 가능해지도록 하고, 아울러 첨단기술의 대북 수출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협상안을 마련할 때라고 본다. 북한은 미국에도 대일(對日) 해결방식대로 대담하게 문을 열고, 미국도 탄력적으로 화답할 때 양자 간 관계개선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