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로 집값 잡기 "위험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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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8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국내외에서 버블(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지금 집값은 상투를 틀었고,이대로 가다가는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 하락에 따른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반면 아직 버블을 논하긴 이르며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추가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국내 회사가 아닌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부동산전문가들이 국내 주택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어봤다.

#집값 왜 오르나요.

▶윤두영=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빠른 경기회복과 저금리,풍부한 유동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그 근간에는 주택구매력이 왕성한 20∼40대 비중이 높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장기금융상품이 없다는 것도 간접적인 요인이다.

▶오석태=저금리 기조에 따른 가계주택담보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강남 선호 현상과 외환위기때 주택공급 감소·정부의 규제 완화 등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결국은 통화완화 정책 및 가계대출 급증이 아니고는 현재의 상승세를 설명하기 힘들다.

▶윤용철=최근 집값 논쟁엔 약간 과장된 경향이 있다. 91년부터 집값이 하락·안정세를 보이다 외환위기였던 98∼2000년 초반까지 20% 이상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승세는 지난 10여년간 못 올랐던 것이 오르는 당연한 결과다. 다른 경제여건이 나아지는데 부동산 시장만 10년동안 못오를 이유가 없다.

#자산 디플레이션 걱정할만 한가요.

▶이승훈=그렇지 않다.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는 동안 기업·금융권의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과잉 생산 요소들의 거품을 많이 걷어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없애버릴 정도의 강한 경기 침체는 없을 듯 하며, 따라서 자산 디플레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

▶오용헌=외환위기때 부동산 디플레 현상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자산유동화(ABS)·주택저당채권유동화(MBS)·부동산투자신탁(REITs)등의 제도가 도입돼 부동산에 대한 유동성 확보장치가 마련된 만큼 디플레 우려는 적다.

#주택시장 안정책에 대해서.

▶윤두영=정부의 집값 대책은 좀 문제가 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또 예측가능한 주택정책이 가장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9.4대책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안겨줬다. 한국정부는 위기막기에 급급해 저돌적으로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승훈=하지만 재경부가 발표한 정책 방향에는 동의한다. 부동산·주택 보유세율을 현실에 맞게 조절하는 일은 바람직하며 이러한 세수 증가에 따르는 재정 증가를 근로 소득세 감면 등으로 재분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려야 합니까.

▶오용헌=건교부 대책으로 안되니까 금리를 올려 집값을 잡자는 의견이 많은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집값 잡으려다 경제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금리는 경제성장과 물가·금융기관 등 경제전반에 걸쳐 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손대야 한다. 이보다는 3백6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단기 유동성자금을 어느 쪽으로 유도해야할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용철=집값을 잡기 위해 가장 효과를 발휘할 툴은 금리상승인데 대내·외적 변수 때문에 손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입장에서는 부동산경기가 연착륙해야지 갑자기 급락해 내수가 침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0.5∼1%P 정도 올려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본다.

▶길연진=강남권을 대체하는 주거지를 개발하는 취지는 바람직하다.도로·지하철·문화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집값이 잡힌다. 부동산 가격은 투자된 인프라에 정확히 비례하는 특성이 있다. 강북 재개발과 수도권 신도시 정책이 논의중인데 강남권에 상응하는 양질의 주거지를 제공해야 한다.

▶오석태=개인적으로 신도시 개발은 반대다.5대 신도시 개발 때처럼 속전속결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

정리=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집값 버블인가

이승훈 1년반 동안 서울 집값 30% 올랐다. 그러나 거품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승 여부다. 이 정도로 오른다면 홍콩이나 일본 정도의 버블이 생길 것이다.

길연진 버블 아니다. 강남권을 빼고는 집값이 원가를 크게 웃돌지 않는다. 그러나 강남권 가격급등이 전체 시장을 자극한다는게 위험하다. 위화감 문제도 있으므로 집값을 통제해야 한다.

오석태 집값이 한국만 유난히 오르지 않았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영국·호주보다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버블을 걱정한다.10∼20% 정도의 조정을 겪을 것이다.

<참석자>

▶UBS워버그 증권 리서치팀장·상무 이승훈(40)▶리먼브라더스증권 리서치팀장·상무 윤용철(39)▶메리츠증권 리서치팀장·이사 윤두영(45)▶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오석태(34)▶리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 자산운용팀 이사 길연진(38)▶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장 오용헌(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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