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화상 수상 '옥스팜'스토킹 회장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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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각지에서 빈곤·재난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국제 민간기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일부 선진국들의 역할만 기대해선 안되죠."

제6회 서울평화상을 받기 위해 25일 한국에 온 영국 자선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바바라 스토킹(51)회장.

그는 "빈곤과 고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세계의 시민들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치하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그리스인들을 돕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 시민들이 결성한 단체. 이후 벨기에 등에서 난민구호 활동을 펼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재 미국·독일·호주 등 11개국이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세계에 70개의 사무소가 있다.

스토킹 회장은 "옥스팜이 자연재해나 전쟁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구호단체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팜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 주민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어린이들을 위한 이동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옥스팜 회원들은 지난해 4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창설 관련 정상회담 때는 자유무역으로 빈농들이 피해를 본다며 시위를 벌였다. 최근 비싼 에이즈 치료제 대신 값싼 유사품의 수입을 허용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이 단체는 "다국적 기업들이 최빈국의 에이즈 환자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활동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고 결국 서방 제약사들은 에이즈 치료제의 값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2002년 공정한 무역(Make Trade Fair)'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동남아시아·남미 지역이 전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만 올려도 1억2천8백만명이 빈곤에서 헤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 제품에 관세를 무겁게 물리고 자국 농산품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탈'과 다름없는 무역정책을 펴고 있다고 봅니다."

스토킹 회장은 197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일했다. 지난해 5월 옥스팜의 운영을 책임졌다. 서울 평화상 시상식은 26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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